매일신문

[야고부] 세계 물의 날

'아마존의 나라' 브라질이 요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년 연속 평년 강우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기록적인 가뭄 탓이다. 남반구 특성상 브라질은 지금쯤 우기여야 하는데 홍수 경보는커녕 몇 년째 가뭄 경보가 대신하는 중이다.

900만 명의 식수원인 까따레이라호의 저수율은 5%로 바닥을 드러냈다. 수도 상파울루 주민의 식수원 중 하나인 알토 티에테 역시 저수율이 15%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주 정부는 최근 5일 단수, 2일 급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력 생산을 주로 수력에 의존하다 보니 전력난도 심각하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전기가 끊어지고 전등이 꺼졌다. 브라질 거리는 밤이 돼도 환히 불을 밝힐 수 없게 됐다.

브라질은 UN이 정한 물 풍요국가다. 물이 없어 물난리를 겪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체 땅덩어리의 45%를 차지하는 아마존 강 유역의 연 강수량은 2천~3천㎜에 이른다. 연 강수량이 5천㎜를 넘는 곳도 많다.

브라질에서도 물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일부 경고가 있기는 했다. 아마존 주변 난개발과 물관리 정책 소홀이 겹치고 여기에다 극한 기후 환경이 덮쳤을 때의 일이다. 지금 브라질이 딱 그런 상황이다. 브라질 국민들이 뒤늦게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관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때는 늦었다.

우리나라더러 물 부족 국가라 하면 누구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UN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본다. 2003년 발표된 국제인구행동연구소 자료는 우리나라의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 양은 1천453㎥/인으로 세계 153국 중 129위라고 명시했다. 117위인 중국보다 못하다. 연간 강수량이 1천200㎜ 안팎으로 적은 것은 아니지만 땅은 좁고 인구는 많다. 게다가 강수량은 한여름에 몰려 있어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 양은 얼마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뭄과 홍수가 반복해 물그릇 자체가 작은 나라로 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잘 버티고 있다. 이는 일찍부터 댐과 저수지, 보를 만들고 상수도 확충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데 있다.

오늘 경주에서 '세계 물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하다. 물 풍요국가가 물난리를 겪는 세상에서, 물 부족 국가가 물난리를 극복한 사례는 잘 다듬어 세계적인 홍보거리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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