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노다 마사아키 지음/서혜영 옮김/펜타그램 펴냄

현대 사회는 '위험 사회'이다. 특히 대형 사고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다. 이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돌연한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준비는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과제이자 심리적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형 참사 유족들의 슬픔의 성격, 고통의 크기, 그들이 겪어야 할 상(喪)의 과정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 노다 마사아키의 전문적인 식견과 극심한 고통을 극복해 가는 여러 유형의 유족들 이야기가 문학적으로 잘 결합돼 있다. 남편을 잃은 아내,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 자식을 잃은 부모, 형제와 부모를 잃어버린 자녀, 가족을 모두 빼앗긴 노년이 겪는 절절한 슬픔과 그 슬픔을 넘어서기 위한 살아남은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과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과 조언들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이 일본에서 재발간된 날짜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4월 16일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대형 참사로 인한 슬픔의 치유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이 책이 재발간된 것이다. 대형 참사와 남겨진 유족의 슬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많지 않은 한국 사회에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로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며"잘못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의 민주적 연대와 유족들의 슬픔을 충분히 발현시키는 사회만이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412쪽, 1만7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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