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세계 물의 날 유감

20일 오후 세계 물의 날 기념식 행사가 열린 경주 보문단지 인근. 경찰관들이 곳곳을 지키며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이날 오후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이완구 총리 일행이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경호경비는 전날부터 벌어졌다. 경주 관광 1번지인 보문단지는 이날 관광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었고 긴장된 표정의 경찰력으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행사 당일 기자가 화백컨벤션센터에 들어서자 동원된 듯한 공무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행사장 근무자들은 경주시청 공무원이 대부분이고 경북도 내 시군에서 수십에서 수백 명의 공무원이 동원됐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각 경주시청.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민원을 해결해줄 공무원이 없으니 민원인도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이날 물의 날 기념식 행사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땜질용 머릿수 채우기'를 위해 동원되다 보니 행사에는 통 관심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날 경주시청의 한 직원은 "각 부서마다 다수가 동원된 것으로 안다. 뭔 행사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오라고 하니 왔다. 박수부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날 행사 경비로 모두 8억원을 편성했다. 다음 달 12일 열리는 세계 물포럼의 리허설로 여겨지는 행사라는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 8억원을 몇 시간짜리 행사에 쏟아부었지만 행사 진행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의 박수부대만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경주에서 열렸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방은 들러리였다. 지방의 사람들은 박수부대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지방을 철저히 외면한 이날 행사는 홍보에도 무감각했다. 행사는 경상북도 경주에서 했지만 행사장에는 경북도도, 경주시도 없었다. 지역 실정을 모르는 환경부와 물포럼 조직위의 전횡밖에 없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중앙정부 행사지만 개최지 지방정부의 의견을 무시한 오늘 같은 행사는 처음 본다"고 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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