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책은 남성 역차별"
#여성 혐오 세력까지 생겨
#여성운동, 양성평등 지향
#모든 차별 반대해야 성공
세상의 절반은 여성, 그리고 절반은 남성이다. 사랑으로 만나 가족을 구성하고, 그리고 형제·부모·자녀 관계로 맺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지만, 그렇다고 남성과 여성이 그리 우호적인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여성은 지난 수백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억압받아 왔다는 불만이 가득하고, 남성은 최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여성 권익 향상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며 투덜거린다. 출산이나 군입대 문제가 대두되면 더욱 양측의 대립은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는 20년간 유지돼 왔던 '여성발전기본법'을 대체할 새로운 '양성평등기본법'을 마련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여성'만을 강조하던 정책 방향에서 탈피해 남녀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자는 전략이다.
◆늘어나는 여성 혐오, 여성 정책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
최근 수십 년 동안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대학진학률뿐 아니라 교사와 공무원 등 인기 직종에 있어서는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여성의 진출이 비약적이다. 이는 다양한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정책적 배려도 한몫을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권익이 신장될수록 '여성'만을 강조하는 여러 정책은 거꾸로 남성들의 갖가지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여혐'(여성 혐오)이라는 표현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을 비하하는 각종 '○○녀'라는 표현도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회교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자진 가담하기 위해 출국했다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이 실종 전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가 좋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혐'을 내세우는 일부 누리꾼들은 여성 관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악의 축'으로 꼽으며, 여성전용주차, 여성전용도서관, 여성전용주거사업, 여성전용지하철칸 등 각종 여성 우대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여성'만을 내세워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여성 혐오 현상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풀이도 있다. 취업이 어렵고 경제 사정이 악화된 탓에 '삼포세대'가 늘어나면서, 큰 집과 안정된 직장 등을 당연한 듯이 원하는 여성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미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이제 우리 사회도 '여성'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여성 정책이 남성들의 공감을 얻어야 더 잘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여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공감을 얻기 쉬운 용어로 대체해 실질적 효과를 높일 필요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성, 과연 평등한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성발전기본법'을 근거로 여성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법은 1995년 12월 30일 제정된 이후 16차례 개정되면서 다양한 여성 권익 신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여성의 참여 확대와 폭력 방지, 생애주기별 건강 특성을 반영한 여성 건강 증진 시책 강구, 여성사박물관 근거 규정 신설 등 다양한 부분의 진전이 있었다. 국가 성차별 지수는 2005년 58.1에서 2012년 63.9로 약간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성별 격차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 92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에는 104위, 2014년에는 117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성별 격차 개선이 더딘 데다, 안전 분야에 있어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인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여성은 '약자'다.
이 때문에 '여성발전기본법'만으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양성평등과 관련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됐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상당 부분의 세부 정책에 있어 기본 명칭을 '여성'에서 '양성'으로 바꿨다. 또 양성평등 정책의 촉진을 위해 성주류화 조치,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교육, 국가성평등지수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도록 했다.
각종 정책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데 대해 일부 여성계의 우려도 있지만, 이제 여성 운동의 방향 역시도 '양성'이 기본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8일 열린 여성대회에서는 "모든 차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는 인식 전환을 위한 구호가 강조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모든 정책에서 '여성'이 빠지고 '남녀평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미원 대표는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여성' 관련 이슈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여성계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시는 '여성행복위원회' 구성을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성행복위원회는 권영진 시장의 공약 사항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의 방향이 '여성'에서 '양성'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여성행복위원회'보다는 '양성평등위원회'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순자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은 "권영진 시장이 후보 시절, 보수적인 대구 분위기를 감안해 여성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부 정책의 큰 틀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명칭 변경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성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시장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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