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전 방사성 물질 방출, 얼버무릴 일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경북 월성과 울진 등 전국 4곳 원자력발전소에서 10년간 갑상선암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지목되는 방사성 요오드가 약 55억Bq(베크렐'방사성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정도)이 방출됐다고 밝혔다. 또 방사성 세슘과 방사성 스트론튬도 각 7억6천만Bq이 나왔다고 했다. 이 방출량은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지난해 국회에 보관 중인 10년 동안의 '원자력발전소 주변 환경방사선조사보고서 연보'를 분석한 결과다. 4개 원전 부지에서 지속적으로 방출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구체적인 방출량을 확인,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회 등 극히 제한된 용도 외엔 구체적 자료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는 그러잖아도 논란을 빚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한층 더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원전 방출 방사성 물질과 그로 인해 주민 건강 피해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나 정보를 접하지 못하다 보니 주민들은 깜깜이로 지낼 수밖에 없던 터였다. 게다가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거론되면서 더욱 그렇다.

영덕핵발전소백지화범군민연대는 최근 월성 등의 해녀 30여 명 중 20명 정도가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단체의 월성, 울진 등 전국 4곳 원전 반경 5㎞ 이내 채취 수산물과 해조류 등 시료조사에서는 20%의 시료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또, 지난해 부산에선 고리원전 주변 갑상선암 발병 피해주민 소송에서 원전 측 책임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일부 승소판결이 있었다. 재판에는 환경운동연합의 자료도 제출됐다. 전국 원전지역 갑상선암 발병 피해 호소 주민 500여 명도 소송 준비 중이라 한다. 주민들이 암 공포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방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는 속단은 위험하다. 아무리 미량이라도 인체에 누적되면 어떤 질병을 유발할지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안전하단 말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한번 피해 보면 돌이킬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필요 정보 공개와 주민 건강, 그리고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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