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국발 황색 경고

봄철이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불청객인 중국발 황사(黃沙)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온 수십 차례의 황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금속 황사'라고 한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의 폐 기능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머금은 게 바로 중금속 황사이다. 황사 자체는 모래먼지일 뿐이지만 이 황사가 중국 북부의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중금속과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까지 이끌어 오는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는 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아 전례없이 메마른 발원지에서 생성된 강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중국인들의 황사 공포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베이징(北京)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목격하는 심각한 황사는 재앙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황색'(黃色)에 대해 오랜 경외감을 가진 듯하다. 황하(黃河)는 중화민족 문명의 요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황하는 2천 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1천500여 차례 범람하고, 26차례나 물길을 바꾸면서 강 유역민들에게 엄청난 재난을 안겨줬다. 상류지역인 황토고원의 녹색지대 훼손이 대규모 토사유실로 이어지면서 황하의 범람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에는 커다란 역사의 변혁기마다 황색 바람이 몰아치곤 했다. 후한의 멸망을 촉진한 농민 대반란인 '황건적의 난'이 그랬다. 위'오'촉 삼국쟁패의 서막을 연 봉기군들이 머리에 황색 두건을 써서 '황건군'(黃巾軍)이라고 불렀다. 당나라가 멸망하는 계기가 되었던 농민 반란군의 지도자 또한 이름이 황소(黃巢)여서, 황색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황색 바람은 중원의 위기와 변혁의 징후이면서 주변국에도 커다란 후폭풍을 몰아오곤 했다.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서구사회에서 재론되고 있는 황화론(黃禍論)도 황색의 공포에 다름 아니다.

중국은 이제 몰래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우뚝 일어서 힘을 과시하는 대국굴기(大國山屈起) 면모를 보란 듯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동북아의 패권을 두고 벌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논란이 그 좋은 실례이다. 황사가 대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할 수도 있는 황색 바람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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