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량 매달린 환경미화원…'추락한 안전'

하루 평균 80km 수거 작업, 뒤편에 서서 아슬아슬 이동

김천시 환경미화원 A씨는 지난해 3월 쓰레기 수거를 위해 청소차량에 매달려 이동하던 중 추락해 머리를 크게 다쳤다. 1년째 입원 중이다. 올해 1월 24일에는 얼어붙은 청소차량에 올라타려던 성주군 환경미화원 B(53) 씨가 그대로 미끄러져 발목을 크게 다쳤다. 5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이처럼 청소차량과 관련해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슷한 안전사고들이 재발하는 이유는 현실과 동떨어진 안전규정 탓이다.

대다수 청소차량은 운전기사 1명과 미화원 3명이 한 조가 돼 하루평균 80㎞ 정도를 이동하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새벽 2~3시부터 시작된 쓰레기 수거 작업은 오전 7~8시쯤 끝이 난다.

김천 환경미화원 C씨는 쓰레기를 청소차량에 싣는 역할을 한다. C씨가 쓰레기를 싣고 다음 쓰레기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거리는 5~20m다. 이 거리를 C씨는 차량에 매달려 이동한다.

경사진 곳을 이동하거나 턱이 있어 차량이 덜컹 되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C씨는 안전을 위해 발을 얹는 발판이라도 만들어 부착해 주길 바라지만 임의로 발판을 만들면 차량관리법 제34조 불법구조변경에 해당된다. 차량에 매달려 쓰레기 수거를 하는 C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지만 법이 그렇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작업 규정은 '환경미화원은 걸어서 이동하거나, 차량 앞좌석에 타도록' 하고 있다. C씨는 이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마라톤 선수도 아닌 C씨가 매일 80㎞를 달리면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소차량 앞좌석의 높이는 최소 1m 이상이라, 규정대로 차량에 타고 내리며 작업을 하려면 웬만한 산 하나쯤 등산하는 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정부의 대응도 탁상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제작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위한 안전보건교육 교재'에는 청소차 발판설치를 금하고 이동 시 승차 석이 아닌 위치에 미화원을 탑승시키지 말라고 돼 있다.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에서 만든 탁상행정이란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매년 재발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차량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많은 환경미화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법을 개정해 차량 출고 시부터 간이 승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차량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법이 오히려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설치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환경미화원들은 또 "차량에 쉽게 탈 수 있도록 외국처럼 청소차량 탑승구를 저상버스처럼 낮게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한 환경미화원은 "수십 년간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행정과 정치현실이 원망스럽다. 차량에 매달려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작은 안전장치라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성주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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