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역량은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요인이다. 제작진의 프로듀싱 능력, 그리고 구성과 편집의 비중이 절대적인 건 당연지사. 하지만 모든 요소가 잘 갖춰졌다고 해도 출연자가 제 구실을 못해내면 콘텐츠가 힘을 쓰지 못한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의 인지도와 재능에 따라 해당 회차의 '재미'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 '섭외'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검증된 스타급 예능인만 출연시키는 것도 식상한 일. 그래서 예능 제작진은 항상 '새 인물 찾기'에 열을 올린다. 전혀 예능에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인물이 웃음과 재미를 줬을 때, 제작진은 환호하고 시청자는 즐거워한다. 소위 '예능대세'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이들, 서장훈'이규한'강남'강균성이 최근 떠오른 예능 강자들이다.
◆서장훈, '무한도전'에서 증명된 헤비급
#"아니, 그건 아니고…" 연발 방송인 제2 전성기 누려
서장훈은 농구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1990년대, 연세대 시절부터 '국보급 센터'라 불리며 그 뜨거운 열기의 중심에 서 있던 스타급 선수다. 2m를 훌쩍 넘기는 큰 키와 압도적인 체격으로 농구코트를 누비던 이 스타 플레이어가 2015년 예능계의 '대세'가 될 거라 생각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을 터. 지금은 이 거구의 농구스타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주고 있다. MBC '일밤-애니멀즈'와 '세바퀴', Mnet '야만 TV' 등에 고정출연자로 명단을 올렸으며 그 외에도 각 방송사를 돌며 게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존재감 넘치는 외모에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예능감을 뽐내며 방송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서장훈의 예능계 진출 배경에는 MBC '무한도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무한도전'의 '웃겨야 산다' 특집을 통해 예능 신고식을 마쳤고 이후에도 종종 이 프로그램에 나와 웃음을 줬다. 처음엔 그저 어색한 표정만 짓던 서장훈도 유재석'박명수 등 예능 스타들과 부딪치며 빠른 시간에 예능감을 익힐 수 있었다. TV만 틀면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윤종신이 이끄는 기획사 미스틱89와 전속계약까지 체결한 상태. 본격적으로 연예인 활동을 시작한 셈이지만 유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서장훈은 "아니, 그건 아니고…"라며 발뺌한다. 본의 아니게 예능인이 됐으니 자신의 위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신제품 광고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CF에서도 "CF 스타? 아니, 그건 아니고"라며 자신의 유행어를 그대로 사용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정도면 서장훈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연예인이다.
◆이규한, 17년 차 배우의 폭발적 예능감 눈길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폭탄 발언 넘치는 장난기 다양한 매력 발산
이규한은 데뷔 17년 차로 그동안 연기자의 길만 걸었던 인물이다. 주로 드라마에서 주연급 캐릭터를 맡아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해진 배우. 단, 오랜 연기활동 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생활 연기자' 정도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코믹 캐릭터를 맡아 호평을 끌어냈던 적도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 예능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규한 스스로 "본업인 연기로 승부를 보고 싶었고 연기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방면으로 가도 성과를 내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고 말할 만큼 예능 진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질적인 느낌의 이규한이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in 사바나', KBS2 TV '우리동네 예체능', MBC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2' 등에 출연하며 큰 웃음을 주고 있다. JTBC '마녀사냥' 등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뿐 아니라 같은 채널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어김없이 예능감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넘치는 장난기와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폭탄발언 등 예능인으로 성장하기에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는 동반출연한 강남을 놀리기 위해 말의 분뇨를 맨손으로 쥐고 달리는 모습까지 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강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알려져 예능계 장악
#풀려난 망아지처럼 생기…허세 넘치는 모습에 폭소 빵빵
지난해 9월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오윤환 PD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무명 연예인 한 명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일회성 게스트로 잠깐 얼굴을 보이는데 그칠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얼굴도 이름도 낯선 이 무명 연예인이 등장과 동시에 빵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해 화제가 됐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도 저돌적이라 느껴질 만큼 거침없이 다가서고, 하고 싶은 말은 담아두지 않고 툭툭 던져낸다. 묶여 있다 풀려난 망아지처럼 생기가 넘쳤다.
그리고, 첫 방송과 동시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무명 연예인이 바로 강남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출연 후 불과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을 꿰차며 바쁜 연예인이 됐다. JTBC '속사정쌀롱'에 MC로, MBC '나 혼자 산다' '헬로! 이방인' '일밤-애니멀즈'에도 고정 출연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남의 원래 직업은 가수다. 그룹 MIB의 보컬로 데뷔했지만 히트곡을 내놓지 못해 무명 연예인으로 살아야 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처음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돈이 없어 학생들에게 캔 음료 하나 못 사준다"고 호소할 만큼 궁핍했다. 이후 불과 두 달도 안 돼 강남의 지갑 사정이 변했다. 이제는 동료들과 밥을 먹고 보란 듯이 계산대에 카드를 내미는, 허세 끼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말과 일본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하와이에서 5년간 생활해 영어 회화능력도 좋은 편이다.
◆강균성, 늦깎이 재생 예능인으로 주목
#독창적인 모창 능력…엉뚱한 면모·입담 '핫 스타'
강균성은 가장 최근에 '예능대세'라는 수식어를 확보한 인물이다. 남성 보컬그룹 노을의 멤버로 2000년대 초반 만만찮은 팬층을 형성했던 가수. 당시에도 강균성은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모습을 보이며 그룹의 인기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2007년 즈음 노을의 멤버들이 속속 입대하고 소속사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레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았다. 강균성 역시 이 시기에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연예계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균성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단번에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키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도화선이 된 프로그램은 지난 2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그저 일회성 게스트로 모습을 보였을 뿐인데도 이날 강균성의 출연분량은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창적인 모창 능력에 "혼전순결 서약을 했다"며 엉뚱한 면모를 보이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큰 웃음을 줬다. 이후 JTBC '마녀사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비정상회담' 등에 연거푸 출연해 폭소를 자아냈고, MBC '무한도전'까지 섭렵하며 '예능계 핫 스타' 명단에 올랐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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