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의 '전설'이 돌아왔다. 혼다의 최상위 세단 모델 '뉴 레전드'(New Legend)는 운전자가 차량을 애써 조작하지 않아도 앞차를 따라 스스로 달리고 멈추는 등 안전성을 높이는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상상 속 자동차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뉴 레전드를 운전해 보면 이내 그와 같은 차량이 실재함을 느껴볼 수 있다.
◆낯선 듯 깊은 인연, 5세대 모델로 우리나라 다시 찾아
지난달 16일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뉴 레전드는 5세대 모델로, 2006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4세대 혼다 레전드가 2011년 국내 수입을 중단한 지 약 4년 만에 다시 우리 땅을 밟았다. 미국판 모델명은 '어큐라 RLX'다.
혼다 레전드는 과거에도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1994년 출시된 '아카디아'는 대우자동차가 혼다와 기술 제휴를 맺고 레전드 2세대를 기반으로 만든 차다. 당시 아카디아는 부의 상징이던 그랜저보다 비싸고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어 명차로 평가받았다.
뉴 레전드는 단일 사양으로 출시됐으며 블랙'화이트'실버'메탈 등 4가지 색상이다. 엔진은 3.5ℓ V6(V형 6기통) SOHC i-VTEC 직접 분사식으로, 상황에 따라 3기통만 동작하는 가변식 실린더 관리(VCM) 방식이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복합연비 기준 9.7㎞/ℓ(도심 8.1㎞/ℓ, 고속도로 12.6㎞/ℓ)의 연비를 낸다. 핸들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수동 변속기)와 스포츠 모드를 이용해 속도감을 즐길 수도 있다.
◆패밀리룩 벗고 유려해진 외관, 탑승자 편의 고려한 내부
뉴 레전드의 외관에서는 수평'수직선을 활용해 딱딱해 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앞유리부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향해 점차 좁아지는 보닛 라인이 날렵한 인상을 준다. 보닛에서 리어로 이어지는 측면 유선형 라인도 전작보다 세련되고 유려하다. 10여 개의 보석을 박은 듯한 주얼아이 LED 헤드램프는 전면부를 돋보이게 한다.
넓고 여유로운 실내 공간에는 가죽, 우드, 메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 좌우 양쪽으로도 열 수 있는 대용량 콘솔박스와 전동식 햇빛가리개는 모든 탑승자의 편의도를 높였다. 뉴 레전드에 최초로 채택된 크렐사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은 14개의 고품질 스테레오 스피커와 앰프를 통해 선명하고 공간감 깊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주차 시 디스플레이가 외부 멀티뷰 화면으로 바뀐다. 마치 하늘에서 차량과 주변을 내려다보듯 차량 전후좌우 모습을 편집해 보여주므로 모니터만 보고도 쉽게 주차할 수 있다.
◆'스마트카'에 한발 다가선 차
20일 정오 수성구 혼다 대구 중동점 앞. 뉴 레전드에 시동을 걸자 잠시 엔진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엔진을 끈 듯 소리가 잦아들었다. 차량은 소음의 반대 음파를 내보내며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을 소거했다. 주행 초반 무겁게 늘어나는 속력을 느끼며 신천대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산IC에서부터는 시내도로로 달려 돌아왔다.
최첨단 자동운전 보조기능들이 운전 피로도를 낮춰주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을 작동하자 차량은 주행 차로의 양쪽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핸들을 움직였다.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장치'(ACC)를 함께 작동하니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는데도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지정한 속도로 달리거나 멈췄다.
함께 탑승한 혼다 대구 중동점 관계자는 "교통이 정체되는 명절 고속도로처럼 저속 운행 시 운전 피로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돌발상황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운전자는 절대로 해당 기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감지기능도 뛰어났다. 방향지시등을 작동했을 때 후측방 사각지대에서 차량이 달려오자 지시등이 깜빡이며 경고음이 울렸다. 속력을 내며 앞차에 따라붙자 계기판에서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혼다 측 설명에 따르면 앞차 추돌 위험이 감지될 때는 안전벨트가 살짝 조여들며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얼마 후 제동 장치가 작동한다.
◆전륜 조향 기능은 빠져 아쉬움
코너링은 전장 5m, 공차 중량 1천825㎏의 대형차답지 않게 기민했다. 혼다가 세계 최초로 뉴 레전드에 도입한 '4륜 정밀 조향 시스템'(P-AWS)이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함께 움직이기 때문. 고속 주행 중에는 앞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 반경과 반응 속도를 줄여줬다. 저속 주행 시에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정교한 코너링을 돕고, 제동 시에는 양쪽 뒷바퀴가 안쪽으로 A자를 그리며 움직여 안정성을 높인다.
다만 혼다 특유의 전륜 조향 기능 'SH-AWD'가 국내 모델에서 빠진 것은 흠이다. 이는 차량이 엔진 회전수와 흡기 압력, 기어비, 네 바퀴 각각의 회전 속도, 노면 상태 등 정보를 수집해 전'후륜 및 후륜 좌우의 구동력을 최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기왕에 첨단 기술을 갖춘 고급 세단의 포지션으로 수입된 만큼 혼다의 기술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6천480만원이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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