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속에서도 이젠 완연한 봄기운을 느낀다. 개나리 등 봄꽃이 피어나고 목련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상황을 보면, 아직도 한겨울이다. 작년 말 고용률이 14년 만에 64%대를 넘어 65.3%를 기록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사정은 차갑기만 하다.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 간 격차도 크지만, 특히 청년들의 경우 '고용절벽'이라 불릴 정도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999년 7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자 수는 48만4천 명으로 50만 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청년층 고용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분기(2014년 4/4분기) 대구의 경우 청년실업률은 10.3%로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8.3%에 비해 2%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러한 고용상황은 최근의 경기침체와 지나친 고학력화도 원인 중의 하나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와 같은 노동시장 구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의 고도성장시대, 산업화시대에서 저성장시대, 서비스 경제화, 고령화 등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함에도 우리의 경제, 노동질서는 과거의 낡은 구조에 머물러 있어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임금체계, 근로시간, 정년 등과 관련된 시스템을 새것으로 바꾸고 제도의 모호함으로 인한 노사 양측의 소모적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실질적인 정년연장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구조화돼 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7%에 불과하다. 그 밖의 복지혜택에서도 소외돼 있다.
따라서 모든 젊은이들이 몇 년을 재수해서라도 대기업에 취업하려 스펙쌓기에 매몰돼 있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취업하기 위해 상경하고 지방 소재 기업들은 인재를 못 구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이중구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의 중소기업이고 구직자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기업 간 공생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행히도 이러한 위기상황과 문제에 대해 노사정이 인식을 같이하고 노사정위원회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고 있다. 작년 12월 23일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을 갖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한다는 원칙하에 5개 의제 14개 세부과제를 논의하기로 선언했다. 특히 핵심 3개 과제에 대해선 시급성을 감안하여 3월 말이라는 시한을 두고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제 노사정 대타협의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노사가 자신들의 입장을 내려놓기 쉽지 않고 지금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아니어서 노사정의 대타협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의 상처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에 더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노사정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대처한 많은 전례가 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노사정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동체의 선을 위해 모든 지혜를 모아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최기동/대구지방 고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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