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다양한 맛과 멋의 향연

김학진 칼럼니스트
김학진 칼럼니스트

최근 이탈리아를 찾았다. 2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리스 쪽에서 불어오는 지중해의 따뜻한 봄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오 솔레미오'의 나라답게 햇볕은 강렬했고, 하늘은 푸르렀다. 이탈리아는 최근 경제 위기 국면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기 유럽은행 총재가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밝힌 이후 현지 사람들은 고무돼 있었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화려한 팔색조의 모습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 재도약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다.

우선 로마를 방문했다. 하얀 대리석 속살을 드러낸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는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소렌토와 카프리섬에서 본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는 여름이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카프리에서는 해물 파스타와 카프레제 샐러드를 맛봤다. 신선하다 못해 달기까지 했다. 이탈리아의 레스토랑들은 슬로 푸드를 지향한다. 저마다의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간단하게 요리해 내놓는다. 자부심까지 더한 각각의 접시들 위에서 정성도 물씬 느낄 수 있다.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에서는 야경을 봤다. 지중해 위를 흐르는 시칠리아행 유람선에서 맡은 봄내음은 참 좋았다. 시칠리아섬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극장은 여전히 화려했고, 시칠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은 포크를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베네치아를 내려다봤다. 그 황홀함은 도착지 산마르코까지 이어졌다.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 플로리안에 들렀다. 핫초코 민트 커피인 초콜라토 카사노바의 달콤함은 나를 중세의 한 카페로 데려다줬다. 베네치아식 먹물 파스타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밤에는 생선 대구로 만든 바카라 요리를 맛봤다.

아펜니노 산맥을 가로질러 세계에서 가장 느린 동네, 친퀘테레에 도착했다. 이곳의 푸른 바다에 취해 바다 내음 진한 제노아식 페스토 파스타를 맛봤다.

정말 기다린 방문지는 '세계인의 식탁'이 있는 토스카나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즐겨 찾았다고 하는 사바티니에서 피렌체 정통 코스 요리를 3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먹을 수 있었다. 특히 크란블레라는 디저트는 친구인 클라우디오가 직접 불쇼까지 해줘 멋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다마스코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은은한 불빛이 매력적인 대리석 식탁에서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인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맛봤다. 10㎝ 두께에 육즙을 가득 머금은 스테이크와 볼게리의 레드와인인 슈퍼 토스카나는 깊은 풍미와 감동을 선사해줬다. 마지막 저녁 식사는 무척 아쉬웠다. 14년 동안 젊은 날의 나를 품어준 피렌체의 명소 아르노강을 걸으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에서 참 많은 요리, 특히 파스타 요리를 맛봤다. 이탈리아는 1천800가지가 넘는 파스타 요리가 있는 곳이다. 다양한 맛과 그만큼의 멋이 함께 있다. 이런 이탈리아를 여름휴가지로 추천하며 마지막 칼럼을 마무리한다.

푸드 칼럼니스트'까를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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