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아
20대 근로자 절반, 1년 미만 비정규직
대학·업계 인력수급 불균형 개선 필요
창업 지원·서비스업 육성 등 서둘러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1.1%로 전체 실업률(4.6%)의 2.5배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하지만 공식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취업희망자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인력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아직도 70%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다수 대학생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회사,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지만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이다. 공공 부문은 정부의 예산 절약과 부채감축 지침에 따라 채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도 매출 감소와 수익성 둔화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신규 채용 여력이 별로 없다. 경기 회복 불투명, 통상임금 논란, 정년 60세 의무화 등이 주된 이유다.
그나마 취업한 청년의 일자리도 '미생'에 가깝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1천 명 이상 고용 사업체에서 지난해 회사 사정으로 실직한 근로자의 65%가 29세 이하 청년이라고 한다. 또 전국 사업장에서 일하는 20대 근로자의 절반이 근속기간 1년 미만이거나 비정규직이다.
청년 실업은 경기 측면 외에 구조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청년 인력의 수급 미스매치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산업계의 요구와 상관없이 백화점식으로 졸업생을 양산해 왔다. 그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이공계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고, 중소기업들은 쓸 만한 기능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적재에 공급할 수 있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둘째, 우리나라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대기업과의 과다한 임금 격차,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 격차는 연간 700만원으로 일본(연간 130만원)의 5배가 넘는다. 대기업의 쥐어짜기식 하청단가 인하 등이 임금 격차 심화의 요인이므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독일은 100년 이상 존속하는 강한 중소'중견기업(히든챔피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유럽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이 가장 낮다.
셋째, 세계는 지금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학이 강의나 연구의 울타리를 넘어 창업지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스탠퍼드대나 MIT 대학의 경우 대학 동문이 창업한 기업의 매출이 각각 2.7조달러와 2조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GDP(1.5조달러)를 상회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창업에 부정적이고 대학도 창업 지원에 소극적이다.
넷째, 서비스산업 분야는 지난 수십 년간 선진국에서 일자리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로 판명되었다. 정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제조업체는 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이 1.08명인데 비해 5대 대형 병원은 매출 10억원당 6.8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치권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정상화시켜야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노동운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조장했다. 이 같은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현재 노사정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과제가 하루빨리 타결되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만 도입해도 청년 일자리가 24%나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정년연장에 앞서 임금피크제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에서는 2006년 미우라 아츠시가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의 실태를 묘사한 '하류사회'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도 청년 실업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하류사회 신드롬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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