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所信) 없는 국회의원들을 볼 때면 때때로 큰 실망을 한다. 소신이 없다는 것은 고민도 없고 생각도 안 해봤기 때문에 답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주민을 대리하고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매일신문은 지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어떤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곤 한다. 그런데 몇몇 국회의원은 꼭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으로 답을 얼버무린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든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든지, 말하기가 껄끄럽다든지, 어찌 됐든 결론은 참 구차하다. 일부는 다른 의원들은 답을 했는지, 했다면 어떤 말을 했는지 알려달라고도 한다. 곁눈질하고 대의에 편승하겠다는 행태다.
경북의 한 국회의원은 인구 하한선에 모자라 자신의 선거구가 재획정될 위기에서 지역 언론인의 전화를 한 통도 받지 않았다. 그 지역민 한 명 한 명이 묻고 싶은 바를 지역 언론이 대신 묻는 것인데도 불통이다. 해당 의원만 빼고 기사가 나갔는데 후에 '머리가 아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통화에서는 "전화 한 번 되지 않았다고 저를 잘근잘근 씹어놓았대요?" 하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태도에 한 번 더 실망한다.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50일이 지났다. 지역 의원들에게 혹 지도부에 해줄 말씀이 있는지 의견을 물었고 잘한 점과 잘하지 못한 점을 알려달라고 했다. 일부는 흔쾌히 답했다.
반면 현재 원내지도부이기 때문에 입장 밝히기가 껄끄럽다, 전직 지도부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거시기하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 하더노 등의 말도 따른다. 눈치 보기에만 바쁘다. 일부는 올해 해결해야 할 자기 지역구의 최대 현안이 뭔지 하나만 써달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없음'이라고 적었다. 어이가 없었다. 유권자들만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경북 한 중진은 당의 중책을 맡은 그날 도무지 전화가 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기자와 통화를 하면 한번 끊었다가 본인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 분이다. 왜냐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메모했다가 그걸 읽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연락도 닿지 않았고 포부나 비전을 들을 수 없었다.
그 자신의 소신을 두고 옳거나 그르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각자의 소신과 철학으로 논의하고 논쟁하면 발전이 견인된다. 그런데 대구경북 독자들이 직접 뽑은 지도자 중 일부는 정말 '소신이 없다'.
어떤 의원은 본회의장 표결에서 누가 찬성을 눌렀고 누가 반대했는지 전광판을 곁눈질하느라 바쁘다. 정치선진화를 위해선 이런 무소신과 곁눈질 정치부터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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