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장미(薔薇)의 계절이 시작되는 4월이 다가온다. 장미의 꽃말은 단연 사랑과 애정이다. 영국 등 여러 나라의 국화(國花)로 지정되어 있고,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로마시대에는 신랑과 신부에게 장미 화관을 씌웠으며, 거의 화폐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장미 목욕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말해 '배반'과 장미는 동일선상의 개념은 아니다. 단지, 위키백과 사전 기록에 근거하여 순전히 필자의 픽션으로써, 장미와 배반을 연관 지어 보고자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장미와 가시의 전설이 전해진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실수로 신주(神酒)를 엎지른다. 그러자 그 술이 진홍빛 장미가 되었고, 에로스는 새로 생겨난 장미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 꽃에 키스를 했다. 그때 꽃 속에 있던 벌에게 입술을 쏘여 상처를 입자, 그의 어머니 '아프로디테'는 화가 나서 벌들의 바늘(벌침)을 빼내어 장미 줄기에 심었고, 그것이 장미의 가시가 되었다. 여기서 장미는 축복이요, 가시는 배반의 산물이다. 사랑의 키스에 상처를 당하자 그 배반감에 가시를 만들어 복수한 것이다. 사랑, 배반, 상처, 보복이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愛憎), 즉 배반의 장미다.
역사라는 것 또한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랑과 배반, 신의와 복수에 대한 상호충돌의 반복인 것이다. 오늘날 중동지역의 영토전쟁도 소위 IS라는 이슬람 신정국가 건국을 놓고, 수니파와 시아파 간에 친구라는 우정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가(佛家)에는 미운 사람일지라도 볼 수밖에 없는 고통인 원증회고(怨憎會苦), 사랑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고통인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로 간에 고통이 따르더라도 순리와 도리에 순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면 화합이 이루어지고 상생(相生)의 길이 열리게 된다.
영국의 장미전쟁은 왕위를 다투던 두 세력이 제각기 흰 장미와 붉은 장미를 휘장으로 달고 30년 동안이나 싸웠다. 결국 양측은 흰 장미와 붉은 장미를 섞은 통일 문장(紋章)을 만들면서 분쟁을 해결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면 공멸이라는 극한 상황은 면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반면에 신의와 사랑을 버리고 더 많은 이익을 얻겠다는 탐욕은 배신을 부른다. 설령 배신으로 인하여 회전의자에 앉아 장미 꽃다발을 받는다 해도, 결국에는 그 장미가시에 찔려 죽게 되는 것이 배반의 종착역 원리이다.
개인, 집단, 정치, 종교에도 배신은 있다. 그러나 배신도 정도껏 해야 한다. 상대에게 주는 상처와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의 업보로서 몫이 되니 말이다. 옛날엔 하찮은 장사꾼들에게도 상도(商道)가 있었고, 물건은 훔치되 살상은 금하는 것이 도둑들의 도리였다고 한다. 금은보화를 강탈하고 뺨까지 때리면 아픈 상처는 곳곳에 배반의 장미가시를 놓아 삭막한 인간사가 되지 않겠는가.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미를 꺾다 그 가시에 찔려죽은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간미를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서적 갈등의 위기 상황이다. 정치, 사회, 종교, 교육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일수록 정도(正道)와 신뢰를 지켜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향기를 되돌려 놓아야 할 때이다.
서산대사의 가르침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에는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지거 스님/청도 용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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