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 EBS 세계의 명화 '아무르' 28일 오후 11시 5분

파리의 한 아파트에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한다. 잠긴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 이들은 침대에 고운 자태로 누워 있는 노파의 시신을 발견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서는 은퇴한 80대 음악가 부부인 안과 조르주가 평온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은 경동맥이 막혀 수술을 받고 신체의 오른쪽이 마비된다. 하지만 다시는 병원에 입원하기 싫다는 그녀의 뜻을 지켜주기 위해 남편 조르주는 몸소 헌신적으로 아내를 간병하기 시작한다. 조르주가 혼자 아내를 돌보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지만 안의 병세는 점점 악화돼 물 한 모금 마시기도 어렵고 간단한 대화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딸 에바는 어머니를 병원에 보낼 것을 주장하지만 아버지의 확고한 뜻을 꺾지 못한다.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고군분투하던 조르주는 서서히 지치고, 결국 베개로 아내의 얼굴을 짓눌러 질식사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사랑'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부부의 사랑이 인류 보편의 숙명인 늙음, 질병, 죽음 앞에서 어떠한 형태를 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르'는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12년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 4개 부문 수상, 2013년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영화상,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도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작품을 만든 미하엘 하네케는 오스트리아 국적의 감독으로 독특한 주제의식과 파격적 표현방식으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논쟁을 유발하곤 했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히든'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러닝타임 127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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