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춤형 보이스피싱' 알면서 당할 판

피해자 업종·업무·일상 등 정확히 파악해 의심 못하게

#고철류를 취급하는 김모(56) 씨는 지난 3일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기업에 자동차 휠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생산과정에서 나온 불량제품이 있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라고 김 씨에게 권유했다.

이 남성이 제시한 가격은 시세보다 10% 정도 저렴했다. 김 씨는 구입을 결심했고 전자계산서까지 발급받았다. 이 남성은 자동차 휠을 실어갈 수 있도록 화물차 기사까지 구해줬다. 김 씨는 화물차 기사가 하청업체에 도착해 물건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2천7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돈을 보낸 이후 이 남성과 기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씨는 "전자계산서에 대기업 이름이 기재돼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화물차 기사까지 같은 편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뒤늦게 보이스피싱인 것을 깨닫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중소기업 경리 최모(44) 씨는 지난달 황당하게 200여만원을 날렸다. 직원끼리 사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상사가 하도급 업체 결제를 해주라고 연락이 왔다. 조금 뒤 하도급 업체 직원이라며 전화가 걸려왔고 최 씨는 의심 없이 130만원을 송금했다. 몇 시간 뒤 다시 잔금 70만원을 보내라는 메신저가 왔고 같은 방식으로 최 씨는 돈을 보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가 평소 사용하지 않던 통장을 제시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최 씨는 상사에게 확인을 했고 그런 메신저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웬만해선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11년 8천244건에서 2012년 5천709건, 2013년 4천765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7천635건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은 과거 단순한 보이스피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맞춤형(?)으로 알고도 속기 십상이다. 지난해 백화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던 박모(21) 씨는 해당 백화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았다. 근무를 하려면 급여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서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박 씨는 당연히 백화점 측에서 전화가 왔을 거란 생각으로 통장과 카드를 보냈지만 통장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손에 들어가 범죄에 이용됐고 박 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또한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신분증을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보이스피싱도 최근 활개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어설픈 말투로 주로 노인층을 노리던 보이스피싱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경계하고 있던 사람들도 속을 정도로 교묘한 보이스피싱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