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의 '폭력혁명론'을 버리고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점진적 사회주의화를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입론(立論)을 "운동이 전부다. 목표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간명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사회주의는 '도달해야 할 필연적인 목표'가 아니라 '노동 인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운동'이란 뜻이다. 베른슈타인이 이런 결론에 이른 것은 폭력혁명에 의한 자본주의 전복이란 마르크스의 전망이 유효하지 않게 된 현실 때문이었다. 자본주의가 폭력적 자본 축적의 단계를 벗어나면서 다수의 중간계층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프롤레타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계급 양극화'란 마르크스의 예언은 빗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정통 마르크스주의자가 주장한 것처럼 노동자의 힘과 파업의 위협이 실천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었다. 영국 노동자는 차티스트운동을 통해 투표권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일부 급진 부르주아와의 동맹으로 얻었음은 이를 증명한다. 독일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베른슈타인이 '개량적' 사회주의 이론을 내놓기 훨씬 전부터 독일 노동자는 혁명이 아니라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복지 향상 등 개량적 투쟁을 벌여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성장해 선거를 통한 권력 장악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자본주의하에서 노동자는 본질적으로 희망이 없다'는 것이 마르크시즘의 교의지만 당시 노동자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베른슈타인을 '수정주의자'로 모욕하며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가 옳았음을 입증했다. 사회민주주의는 꾸준히 성장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까지 운위(云謂)되고 있지만 공산주의는 사라졌다.
'종북' 행위로 해산된 통진당과 결별한 정의당이 '이념적 진보정치'에서 '현실적 진보정치'로 전환하는 신강령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등 민생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종북=진보'라는 이념적 혼돈을 진보진영 스스로 정리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런 현실감 회복은 진보의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