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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해결 열쇠? 2금융권 高利 쓰는 저소득층 눈물은…

20조 더 푸는 안심전환대출…한도 두 배 증액 커지는 논란

출시 4일 만에 20조원이 순식간에 소진된 안심전환대출이 추가로 20조원 더 공급된다. 정부는 29일 기획재정부
출시 4일 만에 20조원이 순식간에 소진된 안심전환대출이 추가로 20조원 더 공급된다. 정부는 29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주택금융공사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5일간 추가로 20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매일신문 DB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간 이자만 갚던 상당수의 고위험 대출을 원리금을 상환받는 대출로 바꾸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대출 건전성을 키웠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오히려 위험도가 높고 가계 부담도 큰 제2금융권 대출을 전혀 포용하지 못했고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켜 결국 경제적 약자의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집단 채무 불이행 '최악 상황' 차단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만 내던 대출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구조로 바꾼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집단 채무 불이행 등 최악의 상황을 막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 당국은 안심대출이 기존 대출의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채 비중이 큰 40, 50대의 은퇴가 문제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35%를 50대, 32%를 40대 가구가 갖고 있다. 당장은 괜찮지만 이들이 은퇴하는 시점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자만 내며 버티던 이들이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지면 상환 불능상태에 빠지고, 결국 집단적 채무 불이행이 올 가능성도 크다.

이런 측면에서 안심전환대출은 금리를 낮추고 상환기간을 늘리는 당근과 함께 다음 달부터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게 해 가계의 빚 부담을 줄이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되는 셈이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294조원 중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255조원 수준. 정부는 40조원이 모두 전환될 경우 매년 약 1조1천억원의 가계부채 감축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작 필요한 서민층은 외면

1차 안심전환대출 신청 창구를 바라보며 허탈해하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한숨만 짓게 됐다. 기존 대출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이거나 정책자금 대출, 2금융권 대출인 사람들은 이번에도 신청자격에서 제외됐기 때문.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고정금리'분할상환을 권장해왔다. 바꿔 말하면 정부 시책에 따라 고정금리'분할상환을 먼저 따랐던 사람들은 오히려 손해만 본 셈이 됐다.

저축은행, 보험 등 제2금융권 대출자 경우 은행보다 금리 부담이 커서 가계부채의 실질적 뇌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2금융권 확대를 고려하지 않았다.

신청자격은 되지만 도저히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들은 분통만 터진다. 은행 상담창구 한 직원은 "안심전환대출이 조기 소진에 이어 연장 출시까지 결정됐지만 원리금 상환 능력이 부족한 대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원금'이자를 감당할 정도라면 사실상 채무 위험군이 아닌데도 혜택을 받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외면당했다"고 했다.

◆은행, 손실 커지며 불만 쌓여

은행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대출금리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현승(가명'43) 씨는 얼마 전 한 은행에서 연리 3.2%로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받으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2.6%대 안심전환대출을 보니 다른 금리도 내려갈 것 같아서였다.

김 씨는 "기존 주택대출자들이 2.6%대 대출로 갈아타는데, 신규 대출자도 2%대 금리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 때문에 아우성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변동금리는 연 3.5%대. 이들 대출자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은 1%포인트에 가까운 대출금리 손실을 보게 되며, 중도상환수수료도 못 받는데 별도로 이를 보전할 방법도 없다.

앞서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20조원 소진 시 전체 은행권 손실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에 따라 은행당 250억∼500억원의 순이자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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