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청 시대 하회마을] ⑩중국의 하회마을 리쟝고성(麗江古城)

차마고도의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중국 윈난성 리쟝고성(麗江古城)의 시팡지에(四方街) 광장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 양반탈(신준하)과 부네탈(손상락), 각시탈(차종학), 이메탈(권두현)이 리쟝고성의 소수민족인 전통복장 차림 나시족 무희들과 함께했다. 나시족들은 손님을 맞을때 반갑다는 몸짓으로 치마를 들어 보인다.
차마고도의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중국 윈난성 리쟝고성(麗江古城)의 시팡지에(四方街) 광장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 양반탈(신준하)과 부네탈(손상락), 각시탈(차종학), 이메탈(권두현)이 리쟝고성의 소수민족인 전통복장 차림 나시족 무희들과 함께했다. 나시족들은 손님을 맞을때 반갑다는 몸짓으로 치마를 들어 보인다.
리쟝고성에 밤이 들면 전통 목조 고가옥 추녀에 휘황찬란한 조명이 켜진다. 관광객들은 나시족들과 함께 손잡고 춤을 추춘다. 나시족들은 낮 시간의 고동 노동에도 불구, 저녁이 되면 이웃과 함께 춤을 추는 등 행복지수가 높다.
리쟝고성에 밤이 들면 전통 목조 고가옥 추녀에 휘황찬란한 조명이 켜진다. 관광객들은 나시족들과 함께 손잡고 춤을 추춘다. 나시족들은 낮 시간의 고동 노동에도 불구, 저녁이 되면 이웃과 함께 춤을 추는 등 행복지수가 높다.
나시족 여인들이 고성의 중심인 시팡지에 광장에서 전통 복장 차림을 하고 나시족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리쟝고성은 도심에 전통가옥과 현대건물이 경계를 이루고 형성돼 있어서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차농사를 짓는 나시족들은 저녁이 되면 고성으로 나와 이웃들과 함께 춤을 추며 피로를 푼다.
나시족 여인들이 고성의 중심인 시팡지에 광장에서 전통 복장 차림을 하고 나시족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리쟝고성은 도심에 전통가옥과 현대건물이 경계를 이루고 형성돼 있어서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차농사를 짓는 나시족들은 저녁이 되면 고성으로 나와 이웃들과 함께 춤을 추며 피로를 푼다.

중국의 윈난(雲南)성 서북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리쟝고성(麗江古城)을 둘러보면 중국 전통문화 사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읽을 수가 있다. 1999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직후 연간 100만 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2천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경이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관광객이 수십 배로 늘어나고 세계의 휴양도시로 변모한 리쟝고성의 세계화 성공은 단지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중심지라는 역사적 사실과 나시(納西)족의 전통 목조 고가옥의 보존 관리 덕분만은 아니다. 리쟝고성의 사례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중국의 엄청난 투자와 피나는 노력이 나시족의 작은 시골마을을 명실공히 지구촌 세계인들의 문화유산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광성이 된 세계유산 리쟝고성

"리쟝고성은 한마디로 '상전벽해'(桑田碧海)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대대적인 인민가옥 철거로 고성 주변은 물론 리쟝 시내 대부분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폐허였지요."

권두현(50) 경북미래문화재단 이사의 안내로 찾아본 리쟝고성은 불야성이었다. 7.79㎢에 이르는 고성 내 수백, 수천 동의 고가옥 지붕에는 붉은색의 휘황찬란한 LED 조명이 흐르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고성의 중심 시팡지에(四方街) 광장에는 원주민인 나시족들이 특유의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구경하는 관광객들은 몸이 부대낄 정도로 붐볐다. 길바닥에 깔아 둔 붉은색의 오화석(五花石)은 고성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리쟝고성 주변의 마오쩌둥식 벽돌집 인민가옥은 모두 철거됐다. 그 자리에 나시족 특유의 전통 목조 고가옥 3천800여 동을 빼곡하게 복원했다. 리쟝 시내도 마찬가지다. 나시족풍의 목조가옥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지금도 고가옥 신축공사는 진행 중이었다. 이는 도시 전체를 휴양 관광지로 꾸미기 위한 것으로, 고성 안팎을 모두 같은 도시 분위기로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리쟝시는 연중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위룽쉐산(玉龍雪山) 기슭에 자리 잡았다. 도시 위치가 백두산 높이에 육박하는 평균 해발 2,400m나 된다. 하지만 연중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따뜻한 기후 덕분에 관광지로서의 조건도 잘 갖추고 있다. 하회탈춤 상설공연처럼 위룽쉐산을 실경으로 하는 차마고도 뮤지컬 상설공연장도 매일 운영된다. 출연진만 300명이나 된다.

"리쟝고성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윈난성 대지진이 계기였습니다. 우리 한옥처럼 못 하나 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춰 지은 나시족의 전통 목조가옥이 지진 충격파에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1996년 윈난성 대지진 속에서도 리쟝고성만큼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을 견뎌 낸 고성의 목조 고가옥에 대해 놀라워한 세계인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리쟝고성의 세계화는 사후 노력의 결과

세계문화유산 리쟝고성 보호관리국을 찾았다. 하회마을 관리사무소와 같은 기능이지만 독자적인 고성 관리권을 가진 막강한 기관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던 1998년에는 '대련고성관리국'이라는 이름으로 리쟝시 산하에 설립됐다가 1999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리쟝고성 보호관리국'으로 개명, 승격됐다. 2005년에는 윈난성 성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성급으로 성장해 오늘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자국 문화유산의 세계화에 얼마나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성관리국 제2국장인 시쇼우젱(施壽僧) 부주석은 "초창기 관리국의 직원은 4개 실과에 20여 명 정도였으나 현재 9개 실과에 280명으로 불어났다"면서 "고성 관리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도 4억위안(한화 720억원)으로 초창기에 비하면 수십 배로 늘었다"고 했다.

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의 관리사무소는 아직도 안동시 산하 기관이고, 관리소장도 초임 과장에 면장급이다. 청원경찰까지 다해도 직원 수가 10여 명에 불과하고 인건비 외에 별도의 관리 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손상락 학예사는 "올해로 하회마을이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맞았으니 이제 하회마을 세계화를 위한 정부 당국과 차상급 기관의 관심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쇼우젱 부주석은 "사후 관리에 소홀한 중국 내 세계유산들은 등재 후 오히려 관광객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리쟝고성은 등재 후 더욱 집중적인 관리와 함께 확장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특유의 '고문화재 복제 기술'을 발전적으로 활용해 고성 내 고가옥을 매년 새롭게 보완했다.

이 때문에 세계유산 면적은 당초 4.49㎢에서 7.7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비용 부담이나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적은 규모를 유지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따른 셈이다. 대륙 특유의 문화유산 규모화를 통한 세계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이름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데 만족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리쟝고성의 관리 비용은 대부분 리쟝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서 마련한다. 리쟝시 입장료는 시내로 진입하는 각 고속도로 IC를 통과할 때마다 1인당 75위안(한화 1만3천300원)을 받는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거둬들인 입장료만 24억위안(한화 4천27억원)에 이른다. 이 수익금은 모두 고성 관리에 투자됐다.

세계유산 등재 이전인 1998년까지 중국 정부는 엄청난 경비를 들여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였다. 고가옥에 얽힌 거미줄 같은 전선과 흉물 같은 전주를 철거하고 전선과 전화선은 물론, 인터넷, 케이블 선로는 몽땅 지중화해 리쟝고성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초기 리쟝고성의 정비에는 무려 30억위안(5천340억원)이 투자됐다.

◆초기 투자가 100배 관광 수익으로

리쟝고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관리감독도 받지만 자체적으로도 조례를 만들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2005년 리쟝시는 고가옥 관리를 위해 '고성 보호조례'를 제정했고 2006년에는 윈난성도 나시족 보호를 위한 '동파문화 보호조례'를 만들었다.

이 같은 고성보호관리국과 리쟝시, 윈난성의 지속적인 공동 노력은 엄청난 관광 수익으로 나타났다. 리쟝고성에서 벌어들인 관광 수입은 지난 한 해 동안 400억위안(7조1천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초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투자한 30억위안의 13배에 이른다.

윈난성 일원에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세계유산이 된 1999년까지 연평균 관광객은 84만~12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3년의 경우 관광객은 3천40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연평균 관광객이 2천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3억~4억 위안에 머물던 연간 관광 수익도 거의 100배 이상으로 뛰었다.

엄청난 관광객이 몰리면서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은 몽땅 리쟝고성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 리쟝고성의 강력한 소비력은 인근 도시의 농축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내수경제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 세계화 사업이 '꿩 먹고 알도 먹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세계화에 성공하면서 전통 유적지 관리에 초국적 기업들의 후원도 들어오게 됩니다." 시쇼우젱 부주석은 " 2005년 미국의 글로벌 증권회사의 지원을 받아 고성 내 299개의 문화재급 고가옥에 대한 보수공사를 했고, 236개의 연못과 마당 등 고택의 정원도 대대적으로 정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가옥 관리뿐만 아니라 고성 내에서 전통방식으로 살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나시족의 생계와 복지도 중요한 문제다. 고성 내 거주민 2만5천 명 중 나시족은 7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고가옥 보존 관리보다 이들의 안정된 생활과 복지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빈집만 보존해서는 관광객들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리쟝고성 내 나시족들은 소수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전통복장 착용을 즐긴다. 고성 내 전통가옥 임대료가 관광객 수에 비례해 꾸준히 상승하면서 나시족들의 생활수준도 훨씬 윤택해졌다. 이 때문에 저녁이 되면 여가 활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고성에 나와 관광객들에게 전통춤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고성관리국도 별도로 공연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고가옥 보존과 원주민 지원, 홍보에 대한 고성 관리국의 노력으로 지난 2007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보수 관리 부문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사람을 위해 지어진 집은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살고 있어야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할 수 있습니다." 고가옥 보존에만 매달리는 우리의 문화재 관리와는 달리 세계유산의 가치를 사람에게서 우선해 찾는다는 시쇼우젱 부주석의 말에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신도청권전략기획팀 권동순 기자 pinoky@msnet.co.kr 심용훈 객원기자 goodi6849@naver.com 사진작가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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