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밖숲 왕버들 그늘아래 한가로운 '봄날의 여유'

성주 성밖숲 산책로 사색하기 좋은 명소

북적대는 도심을 피해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경북 성주 경산리 성밖숲 왕버들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59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왕버들 나무는 오랜 시간 한자리에 서서 성주의 역사를 지켜봤다. 세월만큼 그 크기도 평균 12.7m에 이를 만큼 거대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름드리 왕버들 나무 군락 사이 산책로는 세속을 잊고 혼자 걷기 좋은 길이다. 숲 멀찍이서 바라보면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오가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여간 여유롭게 보이는 게 아니다. 군데군데 있는 벤치는 가만히 앉아 왕버들 나무를 보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왕버들 나무의 처연함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실 성밖숲의 진가는 8월이 되어야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앙상한 나목이지만 8월이면 왕버들에 초록이 더해지면 비할 데 없는 시원한 그늘을 선물한다. 또 이 무렵이면 왕버들 아래로 보랏빛 융단이 깔린 듯 맥문동이 만개한다. 푸른 하늘과 고목, 맥문동이 한없이 조화롭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 주말이면 이곳으로 출사 나온 사진 동호인들도 많다. 행여 가지가 부러질세라 왕버들 나뭇가지에 설치해 둔 받침목이 화각에 거슬릴 법도 하지만 이마저도 멋스런 느낌이 든다.

본디 성밖숲은 조선시대 옛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인공림으로 풍수지리설에 따라 조성됐다. 숲 바로 앞에 하천이 있는데 하천이 범람할 때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구전에 따르면 조선 중엽 서문 밖 마을의 소년들이 아무 까닭 없이 죽는 등 흉사가 이어지자 한 지관이 "마을의 족두리 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간 지점에 숲을 조성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해 서문 밖 이천변에 비보림으로 밤나무숲을 조성했다. 임진왜란 후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내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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