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이대로는 어렵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공익대표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달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근로시간'정년, 사회안전망 등 3대 우선 과제의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정부가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중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됐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대졸 여성의 고용률, 최고 수준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 비정규직 비율, 노인 빈곤율, 청소년 자살증가율 등을 나타내면서 많은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인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필수적인 생존전략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사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장기적인 개혁과제이다. 노'사'정 3주체 모두 어느 정도의 양보와 희생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는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 노사는 팽팽한 진영논리에 매몰돼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몇 가지 통계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4년 현재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6.1, 중소기업 정규직은 59.5,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0.7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1천873만4천 명 중 49.6%가 월 200만원도 못 받았다. 반면 국내 10대 그룹의 96개 상장계열사의 2014 회계연도 개별 재무제표를 집계한 결과 이들 96개 사의 사내유보금은 503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6천300억원(8.1%)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가 서로 입장을 강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대기업과 종속적인 원'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감수하면서도 저임금에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근로자에게 더 이상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재벌기업집단과 종속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사이의 불평등과 불균형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즉 재벌개혁을 전제로 한 경제 민주화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성공은 실현 불가능하다. 우선 대기업들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정부로부터의 수많은 특혜와 저임금정책에 힘입어 성장해 온 만큼 이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때가 됐다. 또한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는 같은 근로자이면서도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계층화돼 있는 노동 현실을 양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정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모처럼 찾아온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위한 논의의 기회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동계를 대변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각종 조세제도의 개혁을 통한 경제'사회적 정의를 실현하여 노사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건의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용원/대구대학교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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