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종양 수술 후 생활고 겪는 이오용 씨

한 달 소득 24만원뿐…수술·병원비도 밀려

지난달 갑작스레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오용 씨는 가족들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갑작스레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오용 씨는 가족들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아버지에게 듬직했던 아들 이오용(42) 씨. 지난달 갑작스레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아들은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데다 고혈압, 당뇨 등의 지병까지 앓고 있는 아버지는 홀로 중학생 손자를 돌보며,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이틀 걸러 한 번 병원까지 찾아온다. "평생 잘 해드린 것도 없는데 너무 죄송하죠. 열심히 일해서 아버지에게도,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려고 했는데…."

◆가족을 든든히 받치던 가장

오용 씨의 아버지는 어릴 적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를 만난 아버지는 아들 셋을 얻었고, 막내아들이 오용 씨였다. 아버지는 장애를 가진 자신 때문에 아들들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힘들게 살아왔다고 자책한다. 오용 씨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중학교를 나오지 못했거나 겨우 나온 정도라 나중에 직장을 구하는 데도 고생을 많이 했다. 번듯한 아버지가 있었다면 잘 살았을 아이들인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릴 적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했던 오용 씨. 20대에 만난 한 여성과 함께 살게 됐고 아들까지 얻으면서 오용 씨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 의지를 다졌던 그였지만 아들이 태어나고 1주일 만에 아내가 집을 떠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다행히 오용 씨의 부모님이 갓난 아들을 돌봐줬지만, 아내가 떠난 그날 이후 오용 씨는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세상과 멀어지려는 아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며느리가 떠나서 심리적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사람들도 잘 만나려고 하지 않고 외출도 안 해서 몇 년을 집에서만 지냈으니까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용 씨는 다시 세상과 마주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CCTV 설치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경비업체에 일자리도 얻었다. 손자를 돌봐 주시고 아들을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님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네 식구의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지켜주고 싶은 아들의 꿈

가족에게 불행이 몰려온 건 지난해 초. 집안 살림을 살뜰히 챙기고 평생 남편과 아들, 손자까지 돌봐오던 오용 씨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엄마처럼 여기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오용 씨의 아들은 무척이나 힘들어했고, 동반자를 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오용 씨는 일하던 경비업체가 문을 닫으며 직장까지 잃게 됐다. 하지만 오용 씨는 예전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털고 일어나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일용직 근로였지만 일이 있는 날마다 성실하게 나가 가족이 생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오용 씨는 지난달 갑자기 어지러움이 심해져 병원을 찾게 됐다. 그의 머리에는 뇌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듬직했던 가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예전보다 어눌해지고 기억력도 많이 흐려졌다.

가장이 뇌종양 수술을 받으면서 가족들은 당장 생활이 어려워졌다. 현재 가족의 소득은 오용 씨 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노령연금과 장애연금 등을 포함해 24만원 정도가 전부. 그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수술비와 병원비도 밀려 있는 상태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최소 1년은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오용 씨이기에 답답한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중학생 아들. 또래보다 건장한 체격의 아들은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소질도 있다. 학교 축구부는 아들을 영입하고 싶어하지만 50만원이나 되는 월 회비 부담에 아들을 실망시켜야 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지만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버지에게도 죄송하지만 아들이 걱정이에요. 엄마도 없고, 엄마처럼 돌봐주던 할머니도 돌아가셨는데 할아버지도 몸이 편찮으시고 저까지 이런 상태니…. 아들의 꿈이 곧 우리 가족의 꿈인데 포기해야 할까 두렵습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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