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같은 중요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남북한 공동 응원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한다. 우리 국민 대다수의 국가적 소원은 아마도 통일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통일 대박론'을 발표한 이후 통일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회자되고 있다.
남북한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지만 1945년 광복과 함께 분단된 이후로 70년이 지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이질적으로 변화했다. 그로 인해 통일이 되더라도 동질성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의료 분야도 남북한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한 나라의 의료 수준과 의료 시스템은 그 나라 국민의 삶의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미국, 유럽 등지의 세계적 병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왕립병원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가 중동에 건설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의료인, 의료 장비, 의료 시스템으로 중동의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여 창조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극찬하면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개선해 다수의 미국 빈곤층에게도 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법 개정을 시도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과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한마디로 기본적인 의료 기기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며 그나마 갖추고 있는 의료 장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약품은 절대적 부족으로 간단한 소독약도 구하기 힘들며, 응급처치도 힘들다. 그 결과 국가 공급에 의존하던 보건의료사업이 붕괴하고, 의료 기계 부족 및 의료 기술의 낙후로 인해 전반적인 보건의료 시스템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에너지의 위기가 산림 훼손 및 홍수 등의 재해를 가져왔고, 이는 식량 부족으로 이어져 심각한 영양 문제를 낳았다. 이로 인해 결핵과 전염성 질환이 크게 증가했다. 북한 영유아에게서 만성, 급성 영양불량이 많이 발생하며 그로 인해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률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통일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갑작스럽게 다가온 것처럼 남북한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질적인 남북한 모든 분야에서 동질성을 회복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 중 하나는 낙후된 북한의 의료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북한의 의료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여 의료인을 양성하고 의료 장비, 의약품을 지원하여 북한주민의 영양 상태와 질병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안목이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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