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모(38) 씨의 눈은 요즘 벌겋게 충혈돼 있다. 봄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꽃가루와 먼지에 눈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눈이 근질거리고 눈곱이 끼는 경우도 많아 늘 신경이 곤두선다. 최 씨는 "무의식 중에 눈에 자꾸 손을 대다 보니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서 "물에 눈을 씻어봐도 그때뿐이다. 빨리 봄이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꽃 피는 봄에는 눈병으로 안과를 찾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포함된 각종 불순물은 눈을 자극해 결막염의 원인이 되고, 바람결에 날리는 꽃가루는 알레르기성 염증을 일으킨다. 바짝 마른 건조한 날씨는 안구건조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꽃가루에 간질간질, 알레르기성 결막염
봄철에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눈질환은 결막염이다. 특히 꽃가루와 대기오염물질 등에 의해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잦다. 콧물과 재채기가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결막염이 올 수도 있다. 눈의 충혈과 화끈거림을 동반하는 통증, 눈부심, 눈물 흘림 증상을 겪게 되고, 결막이 눈꺼풀과 함께 갑자기 부풀어 올라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
봄철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계절성 각결막염이라고도 부르며, 알레르기 병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의 경우 심한 각결막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어린이가 눈이 자주 충혈되고 자꾸 비비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꺼풀을 뒤집어보면 마치 작은 자갈이 깔려 있는 듯 한 모습의 유두증식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항히스타민제나 비만세포안정제가 포함된 안약을 넣으면 증세가 호전된다. 비염과 함께 나타난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손상된 눈에 바이러스 침투
손상된 눈 점막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는 유행성 각결막염과 급성출혈성결막염(일명 아폴로 눈병) 등 감염성 눈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초 1천 명당 10.7명이던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1천 명당 12.3명으로 증가했고, 지난달 말에는 12.1명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0~6세가 1천 명당 23.4명으로 가장 많았고, 7~19세 15.5명, 20세 이상 10.6명 등의 순이었다. 급성출혈성결막염도 환자가 늘고 있다. 3월 초에 1천 명당 1.1명에 그쳤던 환자 수는 3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인구 1천 명당 2.4명으로 증가했고, 지난주에는 2.2명이 발생했다. 7~19세가 1천 명당 6.2명으로 가장 많았고, 0~6세 5.1명, 20세 이상 1.4명 등이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각결막염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환자가 사용한 물건 등 간접 접촉만으로 감염될 만큼 전염성이 높다. 주로 충혈과 눈물, 눈곱, 통증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오한이나 열도 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낫지만 2차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와 소염제 안약을 넣는 치료법이 일반적이다. 급성출혈성결막염도 8~48시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며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빨갛게 충혈되며 눈곱이 많이 낀다. 심한 경우에는 귀의 임파선이 부어 멍울이 만져지며 피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안구건조증도 심해져
직장인 강모(48) 씨는 부쩍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에 시달렸다.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시린 증상이 심해 운전이 힘들 정도였다. 강 씨의 증상은 '안구건조증'. 눈물 안에 지방층이 부족해지면서 눈물이 빠르게 마르는 게 원인이었다. 강 씨는 "날씨가 부쩍 건조해지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눈의 염증을 치료하고 인공 눈물을 계속 넣어준 뒤에야 시야가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도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눈병이다. 안구건조증은 안구에 수분이 부족하거나 눈물을 구성하는 성분인 지방층'수액층'점액층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난다. 기온이 오르고 날씨가 건조해지면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평소 눈물이 적은 안구건조증 환자들은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눈이 시리고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바람이 심한 날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거나 두통이 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물로 인해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황사'꽃가루 심한 날 외출 자제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눈 주변을 가볍게 헹궈주는 것이 좋다. 황사나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날에는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콘택트렌즈는 되도록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 눈을 자주 깜박거리며 안구가 마르지 않게 하는 것도 눈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눈에 이상이 생기면 절대로 손으로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 가렵다고 눈을 비비면 안구에 상처가 생기거나 손의 세균이 함께 들어가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노안이나 백내장 등 퇴행성 눈 질환이 있는 경우 결막염을 방치하면 시력이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백내장과 함께 결막염이 발견된 경우에는 결막염을 먼저 치료하고 완치된 후에 백내장 치료를 하는 것이 낫다. 라식수술을 받았다면 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눈 상태에 예민하기 때문에 이물질 등 외부 자극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은 결막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실내 습도 조절을 잘하고 수시로 물을 마셔 몸의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경북대병원 안과 김홍균 교수는 "식염수를 이용해서 눈을 씻거나 눈을 물에 오랫동안 담그는 방법은 오히려 눈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면서 "인공눈물로 알레르기 원인을 희석시키는 것도 치료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경북대병원 안과 김홍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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