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대게가 가장 알이 차고 맛있는 시기는 1, 2월이라는 것이 영덕 사람들의 귀띔이다. 맛있는 철 다 지나고 4월 축제가 된 배경에는 영덕의 고민이 숨어 있다. 추운 겨울에는 아무리 대게 맛이 좋아도 손님이 많이 찾지 않고 야외행사도 제대로 치르기 힘들다. 그래도 봄철 영덕대게축제가 여태껏 이어오고 있는 것은 '대게 하면 영덕, 영덕 하면 대게'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천년의 맛' 영덕 대게의 원조는 영덕군 축산면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전 안동에서 견훤의 군사를 무찌르고 난 뒤 영해를 거쳐 경주로 가면서 축산면 차유마을에서 먹은 대게 맛에 반했다. 그후부터 대게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일품요리'가 됐다.
차유마을 인근 축산항이 이러한 명성을 업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강릉 정동진(正東津)이 서울에서 정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동해안 관광 명소로 거듭났음에 착안해 신행정도시 세종시에서 정동 방향에 있는 동해안 축산항을 신정동진(新正東津)항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축산항 미항' 조성으로 영덕군이 해양거점도시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게 원조 차유마을에서 3㎞, 신정동진 축산항에서 5㎞ 이내에 원자력발전소 예정부지가 있다. 청정 동해안을 낀 해안선, 기암괴석 갯바위, 해안 절벽 등 수려한 자연경관, 깨끗한 수산물과 영덕대게의 원조 이미지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밝힌 '최근 10년치(2003~2013년) 원자력발전소 주변 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갑상선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 요오드 경우, 월성'한빛'한울'고리 등 4개 원전부지에서 지난 10년간 약 55억Bq(베크렐'방사성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정도)이 방출됐다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스트론튬도 같은 기간에 7억6천만Bq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인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덕 원자력발전소 찬성론은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종잣돈으로 낙후된 영덕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농반어(半農半漁) 지역인 영덕이 발전을 꿈꾸려면 '원전지원금'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현실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질 경우 대게 원조 차유마을과 신정동진 축산항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해진다. 청정 영덕과 천년의 맛 영덕대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과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까.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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