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환경 급식으로 앞서가는 경북] <3>청정지역서 길러낸 농산물

농약 오염 땅 떠나…손으로 벌레 제거한 농산물, 학교로 보내죠

친환경 농산물 작목반
친환경 농산물 작목반 '봉화사람들' 회원들은 자신이 기를 채소의 모종을 직접 길러내는 육묘장을 갖고 있다. 회원들은 씨앗부터 성채가 될 때까지 모든 것을 친환경에 맞춰 재배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내 아이가 먹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재료는 어디서 공급할까?

경상북도 초'중'고교에서 올해부터 친환경 학교급식을 시작했다. 지역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은 학교급식에 쓰이는 농산물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지역 학교들은 농협을 통해 학교급식에 쓰이는 재료를 공급받는다. 농협은 지역 친환경 재배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검증된 농산물만 학교에 음식재료로 납품한다. 친환경 재배농가들은 채소는 무농약, 과수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생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학교급식은 최고의 음식재료만으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친환경 농작물은 정성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봉화군 명호면 도천리. 대구에서 150㎞, 봉화읍에서도 10㎞ 떨어진 산골마을에 친환경 재배농가가 있다.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고 비포장도로도 있는 이 산골에서 윤석훈(43) 씨가 농사를 짓고 있다. 면적 3천300㎡(1천 평)에 시설재배 하우스를 지어 브로콜리와 배추를 키우고 있다. 하우스 안에는 가운데 브로콜리가 심어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배추가 있었다. 배추는 하우스 안에서도 비닐이 한 겹 더 씌어 있었다.

윤 씨는 "따뜻한 봄 날씨로 산천에 꽃이 피지만 봉화는 아직 추위를 무시하면 안 된다. 지난밤에도 영하까지 내려가는 날씨 때문에 채소들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브로콜리는 냉해에 강하기 때문에 그냥 심겨 있고 배추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비닐을 한 겹 더 씌웠다. 하우스 안은 밖의 온도보다 4, 5℃ 더 높고 배추 비닐 안은 10도 이상 높아서 어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친환경 농법으로 10년간 농사를 지어왔다. 친환경 농법에는 금기시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제초제'다. 친환경 재배농가는 절대 화학약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농작물과 토양 등에서 바로 검출되며 친환경 인증까지 박탈당한다. 이 때문에 잡초는 부직포를 이용해 올라오는 것을 막고 벌레는 일일이 손으로 잡거나 한약재 등을 이용한다.

윤 씨는 "정부에서 인증한 살균'살충제가 있지만 이것도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라 1년만 지나면 벌레들이 내성이 생긴다. 선배 농가나 책, 인터넷 등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내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모종까지 스스로…친환경 인증받은 농가에서만 생산

윤석훈 씨 시설재배 하우스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육묘시설이 있다. 올 1월에 씨를 뿌려 만든 고추 모종이 초록빛을 내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는 양배추와 상추 등 곧 육묘장에서 나갈 채소들도 많았다.

육묘장에는 모종 옆으로 열선이 깔려 있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도 영상 기온을 유지해준다. 각 농산물에 따라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므로 기계보다는 사람이 직접 호스를 이용해 일일이 물을 주고 있었다.

윤 씨는 "친환경 재배농가는 다른 곳에서 모종을 사지 않고 스스로 씨를 내고 키운다. 그만큼 검증된 것만 생산한다는 의미다. 고추는 육묘장에서 세 달 정도 키우다가 시설하우스로 옮겨지고 채소는 한 달이면 육묘장을 떠난다. 친환경 재배농가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봉화군에는 '봉화사람들'이란 친환경 농산물 작목반이 있다. 윤 씨도 이 작목반 소속이다. '봉화사람들'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만이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35농가가 소속돼 있다. 각자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대부분 큰길과 떨어져 있거나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친환경 농법은 농가 스스로 친환경에 맞게 농사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하는 농가에서도 농약을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과수는 최소 20m 이상 다른 농가와 떨어져야 하며 일반 채소는 4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이 작목반 소속 6가구가 학교급식 납품 시험농가로 지정돼 농산물을 납품했다. 올해는 35농가 전체가 참여하며 지난해보다 품목도 다양해졌다.

이재근(47) 춘양농협 법전지점 팀장은 "5월 배추를 시작으로 다양한 농산물이 학교급식 재료로 공급될 예정이다. 친환경 농가 스스로 출하 시기를 조절해 물량까지 조절하는 등 전문적인 공급체계도 잡혀 있다. 현재 농협에 친환경 농가 인증에 대한 문의도 끊이질 않고 있어 봉화지역 친환경 농산물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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