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학과 낭송은 문학예술의 무대화로 가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은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지난 시대의 아날로그(analog) 정신과 새 시대의 디지털(digital) 문화의 접점으로서 디지로그(digilog)를 지향하는 그것은, 인간 중심 문화에 다가설 21세기 창조 예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늘날 모국어의 자존심은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문학은 국민의 아름다운 영혼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미래는 이제 다양성의 하이브리드(hybrid)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문학도 인접 예술과 빨리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생존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다. 특히 시와 음악이 갖는 고유의 정서와 가치는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더라도, 아니 혼탁하면 할수록 더욱 강하게 요구되기 마련이다. 시가 있는 사회, 음악이 있는 낭송문화는 휴식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수필, 소설 낭독의 재발견은 문학이 무대를 통해 어떻게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대구의 문학인과 낭송가들은 시낭송, 시노래, 시연주, 시춤, 시극, 시영상, 시퍼포먼스, 수필, 소설 낭독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게 인접예술과 접목한 실험 무대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물론 무대 연출의 초보적 한계성과 낭송가의 실력 배양이 극복 과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건만 성숙되면 문학의 무대화는 공염불만은 아닐 것이다.
일종의 문화산업으로서, 융복합 현상의 하나로 문학의 무대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식'예술'테크놀로지'문화'자본의 융합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환상적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영화 산업의 급속한 팽창은, 상대적으로 인쇄 문화의 붕괴 위기를 가져왔다. 단순히 수동적 장치에 머문 컴퓨터(PC)에서 찍고 보고 쓰고 말하는 능동적인 스마트폰으로의 진화는 문자언어가 왜 어떻게 음성언어와 창조적으로 융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시대적 흐름 위에 문자 매체의 약점을 딛고 확장 및 진화할 분야가 다름 아닌 문학의 무대화이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 보물처럼 감춰져 있다 한들, 그 책이 세상으로 걸어 나와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무덤 속 진주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는 이 시대를 '죽은 문학의 시대'로 규정하고 싶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언어가 세계를 규정하는 한, 문학이야말로 감정의 소통 도구로서의 순기능을 할 것을 믿는다.
김동원 시인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