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홈 오디오 바뀌는 트렌드] LP 찾는 사람들

다시 아날로그 감성? 복고 유행 타고 '귀한 대접'

하루가 다르게 진화를 거듭하는 현대사회, 음악을 듣는 방법에도 갖가지 새로운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첨단화 시류를 정반대로 거슬러 투박하지만 진실한 소리를 담아내는 아날로그 감성을 고집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몇 해 전 '세시봉'의 인기와, '가왕' 조용필의 LP 앨범 발매, 최근 '무한도전-토토가' 등 복고풍 유행이 이어지면서 LP 음반이 다시 주목받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LP 광풍은 '김광석' LP 판매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3일, 3천 장 한정 예약판매로 재발매된 김광석 4집 앨범은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앨범은 국내가요 '100대 명반'에 꼽힐 정도로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수많은 명곡이 담겨 있다. 기존 LP 원반은 중고가가 몇십만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과거 앨범을 다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LP 앨범을 선보이는 가수들도 늘고 있다. 가수 아이유는 '나의 옛날이야기' '너의 의미' 등 1980, 90년대 명곡을 담은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발매해 인기를 끌었고, 김동률, 2AM, 장기하와 얼굴들, 브라운아이드소울, 김C, 적우, 지드래곤 등이 잇따라 LP 앨범 제작 대열에 합류했다.

몇 년 전부터 다시 LP를 사모으기 시작해 수집 앨범이 400여 장에 달한다는 강찬희(37) 씨는 "LP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여서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기도 하고, 따스하고 몽글몽글한 특유의 음색에 잡음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어 각박한 현대사회 속 쉬어가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LP 유행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는 프랑스의 한 레코드 회사를 통해 한정판 LP로 발매됐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영화 '올드보이'에 열광하는 팬이 상당수이기 때문. 또 미국에서는 LP 판이 800만 장가량 판매되면서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프랑스에서는 마지막 남은 LP 공장이 하루에 4만 장의 LP를 구워내면서 풀가동될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국내 음반 판매 사이트인 예스 24에서는 이달 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클래식 LP 신보를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감상회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예스24에 따르면 LP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2011년부터 꾸준히 판매가 증가해, 2013년 7천여 장 팔리던 것이 2014년에는 1만5천여 장 이상 팔리며 2배 이상 성장세를 나타냈다. LP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이들은 3040 남성으로, 예스24의 고객분석 결과 40대 남성이 36.4%, 30대 남성이 21.4%로 집계됐다.

LP가 인기를 끌면서 LP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뿐만 아니라 앰프, 스피커 등에서도 30년 이상 된 빈티지 음향기기를 선호하는 마니아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이퀄라이징된 소리가 아니라 보다 사실적이고 감성적인 소리를 감상하려는 이들 덕택이다. KEF, 산수이, 피셔, AR(Acoustic Research), 마란츠 등 음향전문기업들이 1970, 80년대 생산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LP음반=아날로그 방식의 음악 기록 매체이다. 직경 30㎝의 합성수지 재질 둥글고 얇은 판에 소리를 저장했다가, 턴테이블에 올려 1분당 33과 1/3회전으로 재생한다. 이전의 SP(Standard Playing)음반에 비해 긴 시간 재생이 가능했으므로 LP(Long Playing)음반이라 부르게 되었다. CD와 MP3의 등장으로 쇠퇴하게 되었다가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음악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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