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

대구경북 13개 전통시장이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10년 넘게 정부와 지자체가 전통시장 노후 시설 개선 등 현대화 사업에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문화관광자원으로의 활용 등 내재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전통시장은 단순히 상거래 공간을 넘어 볼거리'먹거리 등 그 시장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특성화 사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공모에서 대구 서문시장은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정부와 대구시가 앞으로 3년간 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청송 진보시장, 봉화 춘양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3년간 18억원의 예산을 받는다. '골목형 시장'인 대구 교동'대명시장, 예천 용궁'고령 대가야시장 등 10개 시장에도 1년간 6억원씩 지원한다.

서문시장은 대구의 대표 시장이자 전국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전통과 명성을 자랑한다. 이런 위상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부쩍 늘었고, 최근 SNS를 통해 맛집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방문객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구시는 서문시장을 먼저 야간 관광 명소로 키울 방침이다. 특화 상품'고유 브랜드 개발, 근대골목길 투어와 약령시'동성로 등과 연계한 관광 거점 육성 등 다양한 계획을 추진한다.

전통시장 육성은 소비자의 쇼핑 편의를 최대한 개선하고 자주 찾고픈 시장이 되도록 개성과 매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해마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변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전통시장 구성원들의 주인의식과 투명한 예산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시장을 키우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지역 명소로의 자리매김은커녕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2002년 이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들어간 국비만도 1조6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도 1천388억원이었다. 하지만 갖가지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시장은 겉모습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발전과 부흥을 좌우하는 열쇠가 무엇인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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