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3호선 축포는 이르다

자못 궁금하다. 20일 개통하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성공 여부다. 도심 위를 달리게 될 3호선은 착공 이후 줄곧 '도심 흉물'과 '새로운 대안'이란 설왕설래 속에 있었다. 그리고 5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쳐 시민에게 며칠 뒤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3호선 개통이 다가오면서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시승을 원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시범 운행을 하고 있지만 우려됐던 문제점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심 명물'로까지 지위가 상승된 분위기다. 시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바뀌면서 대구시도 객차 외부를 캐릭터로 꾸미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고무돼 있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도시, 대구에서 공중을 달리는 모노레일의 등장은 큰 뉴스고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일단 리허설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의 정체성이다. 3호선은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 주요 관광지에 있는 이벤트성 열차가 아니라 대중교통 수단이다. 23.95㎞를 건설하는 데 쏟아부은 돈이 무려 1조5천억원에 이른다. 대구 도시철도 1'2호선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3호선이 제 역할을 못하면 도시철도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민의 혈세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궁금하다. 과연 대구시가 3호선 개통에 맞춰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대중교통 효율화 방안에 얼마나 매달려 왔는가다, 우선 시가 예상하는 수송분담률부터 따져보자. 당초 대구시는 3호선이 개통되면 하루 25만 명(2016년)이 탈 것이란 수치를 내놓았다가 감사원에게 수요 뻥튀기란 지적을 받았다. 이후 일일 승객 예상치는 최대 15만 명 선으로 내려왔다. 또 대구시는 3호선이 개통되면 10% 미만에 머물고 있는 도시철도의 수송분담률도 16%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시나 시민이나 모두 환영할 일이다.

우려도 있다. 도시철도 3호선 승객이나 늘어난 수송분담률이 버스 몫을 뺏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대구의 버스는 준공영제다. 지난해에만 1천억원에 가까운 시 재정이 버스 준공영제를 위해 투입됐다. 만약 늘어난 도시철도 승객의 상당수가 버스에서 왔다면 대중교통 활성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시가 대중교통 지원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몫은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시민이 자가용을 포기하고 도시철도나 버스를 이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대구시가 노력한 모습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시는 지난 2009년 대중교통 효율성을 위해 도시철도 3호선 개통 전까지 1천500여 대인 버스 중 300대를 감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감차 방안은 조용히 사라졌다. 대안 없는 감차 또한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3호선 개편과 맞물린 버스 노선 개편 또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과연 대구시가 예상하는 것처럼 3호선 승객 수와 도시철도의 수송분담률 증가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한 것이다.

대구 인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250만 명 선이 붕괴됐다. 낮은 출생률 등을 감안하면 대구 인구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차량 대수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대구에서 3만3천여 대가 신규 등록을 했다. 100만 대가 넘는 차량이 대구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자가용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에 인구는 늘지 않고 3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다시 더해진 셈이다. 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앞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대구시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철도 3호선의 리허설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투자 비용을 뽑기 위해 본 무대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을 동원하느냐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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