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환(58)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정치인 출신 공직자다. 경북 청도의 산골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곧바로 정당에 입문,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13년부터 공단에서 열정을 쏟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환경에 골몰하면서도 온난화, 고령화 등 세계적 이슈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3D'4D프린팅, 나노기술, 로봇 등 미래사회를 바꿀 기술과 현상에 천착하고 있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뇌기능 손상으로 의식만 있는 아내를 15년째 곁에서 돌보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도 품고 있다.
다방면의 관심과 경험을 가진 그로부터 국립공원 관리와 팔공산 국립공원화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공단의 최대 역점사업은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 복원사업이다.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식물은 236종인데, 현재 반달가슴곰, 여우, 산양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동물 가운데 최고 포식자는 반달곰, 중간 포식자가 여우, 그 밑에 산양이 있다. 쥐가 주식인 여우는 한때 쥐잡기 운동으로 약 먹은 쥐를 먹으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36마리를 풀어놓았는데, 그동안 18마리가 서식하고, 나머지 18마리는 폐사했거나 적응을 못해 회수했다. 자연 출산한 새끼를 포함해 현재 35마리가 산다. 곰이 살 수 있는 지역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곳이다. 곰이 '숲의 농부'이기 때문이다. 죽은 동물 사체와 도토리가 곰의 주식이다. 곰이 도토리를 먹기 위해 가지를 꺾으면 햇빛이 들어와 다른 도토리에서 싹이 트고, 도토리 배설물에서도 다시 싹이 나오는 식이다.
-반달곰이 등산객을 해할 가능성은 없나
▶위해성은 거의 없다. 곰이 법정 탐방로로 다닐 가능성도 0.1% 미만이다. 탐방로에 곰이 싫어하는 약품을 뿌리기도 한다. 다만 먹이를 먹거나 새끼를 기르는 데 방해가 되면 위협이 될 수 있다. 등산객들이 탐방로를 벗어나 동면하는 곰을 자극할 경우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동식물 복원사업은
▶장수하늘소, 남생이, 구렁이 등도 복원이 필요하다. 식물 복원에도 애를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씨는 있지만 거의 번식을 할 수 없는 '광릉요강꽃'을 연구해 발아기술을 개발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토종식물인데도 등록을 제때 하지 못해 외국 종으로 분류된 식물이 꽤 많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토종식물인데 외국 종으로 됐고, 토종인 '미스김 라일락'도 마찬가지다. 우리 동식물은 모두 10만 종가량인데, 기록된 것은 4만6천 종에 불과하다. 국립공원에는 이 중 1만6천 종이 자생한다.
-공단의 다른 역할은
▶국민들이 국립공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나누리사업'이 대표적이다.
임산부나 업무 스트레스에 쌓인 소방관들에 대한 환경체험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다. 아토피 환자를 의사와 함께 산으로 초청해 치유법을 설명하고, 소외계층을 모시고 생태관광을 하는 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공원 내 10가구 안팎의 집단주거지를 민박시설 개조, 특산품 판매 등으로 '명품마을'로 꾸몄다. 이로써 전체 탐방객을 2배로 늘리고, 소득도 평균 4배가량 높였다.
공단 안에서만 이뤄지던 국립공원 사진공모전을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사진공모전'으로 변모시켰다. 법원, 구치소, 종합병원 등 자연환경보다 사람 중심의 기관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힐링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도 제주도 힐튼호텔, 서울 아산병원, 국제로터리클럽 등 전시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음주 중심의 국립공원 야영장 분위기를 바꾼 '야영장 음악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덕유산'치악산'지리산 등 7곳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오페라 가수가 어우러지고, 팬터마임이 가미된 음악회를 열었다.
-공단의 미래 장기사업은
▶미래세대 환경교육이다. 초등학교 1~4년 용 환경교육 책자를 발간했고, 지난해 초교생 91만 명을 상대로 현장 환경교육을 펼쳤다. 아이들은 월악산 개구리 보존지역, 식물원 등을 체험하고, 환경그림대회에서 체험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북한산 연수원에 이어 최근 지리산 연수원도 문을 열었다. 내년부터 중학생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데, 여기에서 학생들을 위한 생태 환경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갯벌 국립공원화를 추진하는 등 해양환경에도 관심을 많이 쏟을 계획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관리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과 맞먹는다. 유엔 산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해 호주 공원총회에서 전 세계 국립공원 중 공원관리가 잘된 23곳을 '그린리스트'로 처음 선정했는데, 설악산'지리산'오대산 등 3개 국립공원이 포함됐다. 해외 각국에서 공원관리기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전공이 정치학이고, 정계에도 몸담았는데?
▶고교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어 대학에서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5년간 정당원생활과 국회직을 두루 경험했는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 4개월 동안 한나라당 경기도당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 직후 경기 화성시 지역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신청자 19명 중 5명에 대한 여론조사에 들어갔고, 2차례에 걸쳐 내가 1등을 했는데도 공천은 여론조사 4위한테 넘어갔다. 한나라당 당직자 노조가 찬반투표를 벌여 정당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벌였다. 당직자들이 대표실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공천은 번복되지 않았다. 19대 때는 화성시가 갑을로 나눠졌고, 을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향후 계획은
▶국가와 세계의 미래에 관심을 두려고 한다. 정보화사회의 급격한 변화상을 공부하고, 이것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의 변화가, 지난 100년간의 변화와 맞먹을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벌써 84세인데, 머지않아 100세 시대를 맞는다. 제주도에는 이미 커피나무와 열대 과일이 들어왔다. 추석 때 국지성 호우가 내린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인 고령화와 지구온난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 변화상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개인적인 최대 관심사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lily-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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