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다니던 교회 목사가 교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은 동화책을 선물해 화제다.
'몽실언니' '강아지 똥' '엄마까투리' 등을 집필한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 선생은 여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에서 신앙심을 키웠다. 권 선생은 1967년부터 16년간 이 교회 종지기로 문간방에 기거하며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지금도 권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교회를 찾는 관광객이 한 해 1만 명이 넘는다.
일직교회에서 만난 이창식(60) 목사는 권 선생을 '경수 집사'로 불렀다. "권정생이라는 이름보다 경수 집사라는 별명이 저희에겐 더 익숙해요. 권 선생은 일직교회에서 매일 오전 4시와 오후 6시에 예배시간을 알리는 종을 쳤습니다. 생전 '하루 두 번 종을 치는 영광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종 치는 일을 성스럽게 생각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목사는 권 선생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부터 교회 종 앞에서 사람들에게 사비를 들여 '강아지 똥' 모형을 색 찰흙으로 만들어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권 선생을 기억할 만한 기념품을 주기 위해서다.
2012년에는 동화책 '빌뱅이 언덕 꽂삼만데'까지 집필했다. 이 목사는 이 책도 교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 동화책은 권 선생이 즐겨 찾은 마을 뒤편 언덕이 소재다. 책 제목인 '빌뱅이 언덕 꽂삼만데'는 고려장이 있었던 옛날부터 이 언덕 넘어 무덤이 많이 생겨나 마을 사람들이 '꽃상여가 많이 올라가는 언덕'이라고 부른 것에서 따온 것이다. '꽂삼만데'는 '꽃상여고개'를 지역 사투리로 바꿔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이 목사는 자신이 지은 동화책이 모두 소진되자 최근 '빌뱅이 언덕 꽂삼만데'의 확장본 격인 '동금동산'을 펴냈다. 동금동산은 조탑마을 전체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동산이란 의미다. 이 목사는 이 책 역시 일부를 찍어내 교회 종 앞에서 나눠주고 있다. 책 가격이 1만2천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 목사는 "책의 가치를 매긴 것이지 이 돈을 받으라고 적힌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에게 무료로 주고 있다.
이 목사는 "정식 동화작가가 아니어서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선생이 떠난 조탑마을에서 다시 동화책이 나온다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책을 보며 사람들이 권 선생을 기억하며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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