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 이정훈(가명'54) 씨는 최근 대학에 입학한 자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낙담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신용등급이 8등급인데다 다른 은행의 대출금 상환마저 연체 중이어서 추가 대출이 곤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며칠 고심한 끝에 대부업체 TV광고를 보고 전화로 대출 여부를 문의했다. 대출은 가능했지만 금리가 너무 높았다. 대출금리가 무려 연 34.9%에 달했다. "왜 이렇게 금리가 높으냐?"는 물음에 "신용등급이 낮고, 타 금융 대출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불구,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서민들은 연 30%가 넘는 '살인적 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3~5%대인 은행보다 무려 10배나 비싼 이자를 물고 있지만 대부업체들의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자체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 등록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올해 1월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법정 최고 이자율(34.9%)인 업체가 14곳, 34.8%인 업체가 5곳이나 됐다.
지난해에 비해 전혀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10~12월 적용한 대출 최고금리를 살펴보면 14곳은 34.9%, 5곳은 34.8%, 1곳은 34.7%였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8'10월 0.25%포인트씩 인하됐는데도 이들의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2007년 66%였던 대부업 최고 이자율은 2010년 49%, 2011년 44%로 내려갔고, 지난해 4월부터 34.9%로 떨어졌다. 이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이를 25%까지 낮추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경기를 부양한다며 기준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서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 하루속히 대부업 최고 이자율을 낮추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대부업체에 기대는 서민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대부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대부중개업자를 포함한 등록 대부업자는 약 8천794곳에 이른다. 이들과 거래한 사람은 255만5천 명으로, 6개월 전 248만6천 명보다 2.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부잔액 역시 10조9천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8천800억원(8.8%)이 증가했다.
지역 금융권관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들과 달리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여전히 고금리를 유지하는 탓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서민들만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정부가 대부업체 금리 인하를 유도하거나 허위'과장광고를 규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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