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대구 북구 칠성동의 대형마트 입점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건물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롯데마트 입점을 두고 북구청과 시행사 간의 법적 다툼이 길어지자 공사비를 집행하는 신탁회사에서 공사 중지 검토에 나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내 인테리어 공사만 남긴 대형 건물이 장기간 도심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다툼에 공사 중단
북구 칠성동 오페라하우스 옆 대규모 점포 공사현장은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건물 외벽 마감이 거의 끝난 상태지만 한 달 가까이 진척이 없다. 북구청과 사업시행사인 스탠다드퍼시픽홀딩스(SPH)가 사업자변경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공사가 중단돼서다.
SPH는 지난 2013년 7월 북구청에 대규모 점포 등록을 하면서 대형마트로 신청, 허가를 받았다. 이후 직접 대형마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건물 임대를 결정, 대상자로 롯데마트를 선택했다. SPH는 토지 매입비와 건물공사비 등으로 우선 사용하기 위해 보증금 250억원을 롯데쇼핑으로부터 받았다. 임대 계약 당시 지난해 12월 말까지 입점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한 상태였다. SPH 측은 "대형마트로 이미 등록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무난히 개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항은 롯데 측이 대규모 점포 개설자를 SPH에서 롯데쇼핑으로 변경해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건물을 임차해 마트를 여는 셈이지만 대규모 점포 등록 변경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사업자가 되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롯데는 전국적으로 건물을 임차해 사업하더라도 모두 사업자등록자를 자신들로 해왔다는 식으로 밀어붙였다"며 "힘없는 시행사로서는 롯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SPH는 지난해 6월 대규모 점포 개설변경등록을 북구청에 신청했고 북구청은 등록을 반려했다. 이에 SPH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SPH 관계자는 "사업자변경을 하지 못하면 롯데가 건물 인테리어 등의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결국 건물 준공이 어렵다"며 "회사의 운영을 위해서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지난달 공사는 거의 중단됐다. 입주하기로 한 롯데마트가 법적 다툼을 빌미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미적거리면서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게 된 탓이다.
◆건물 흉물 될 판
지루한 공방으로 공사는 장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마트 입점이 불투명해지면서 공사비를 부담하는 신탁사에서 공사 중지 결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를 통해서 건물 준공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 코람코자산신탁은 다음 달 말까지 공사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코람코신탁은 약속한 기한까지 공사 완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계약 당시 내부 인테리어는 롯데쇼핑에서 하기로 했다"며 "인테리어 작업에 따라서 건물 시공사가 남은 내부 공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롯데가 손을 놓으면서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람코신탁은 잔여 공사를 중단해 공사비 손실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사인 SPH 관계자는 "100억원가량의 공사비가 더 들어갈 수 있어서 이를 중단해 지출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구청과 우리의 법적 다툼과 별개로 코람코신탁과 롯데마트가 서로 책임공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공사가 중단되면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는 이상 대형마트 건물은 장기간 이용자 없는 '유령 건물'로 방치될 우려가 높다.
신탁사에서 건물을 매각해 새로운 사업자가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대형마트를 운영할 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해 공실로 남아있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개점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진 상황에서 올해 내에 롯데를 제외한 또 다른 입점 주체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1년 이상 장기간 건물이 흉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침산동 마트 건물은 대구시와 북구청 간의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북구청이 당초 승인한 대규모 점포 등록을 취소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8년간 지켜온 4차 순환선 내 대형마트 입점 금지 원칙이 깨질 수 있다"며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북구청이 시의 지침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북구청 관계자는 "시가 정한 지침이 법보다 우선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무턱대고 구청에 막으라고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데 구청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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