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관은 궁궐의 경서와 사적 관리, 문서 처리, 왕의 각종 자문에 응하는 부서다. 그 출발은 당나라 때로 고려'조선을 거치며 한림원, 홍문관으로 이어졌다. 홍문관은 왕을 가까이서 보필하고 소통한 까닭에 옥당(玉堂)'선국(仙局)으로도 불렸다. 명칭에서 보듯 단순히 학문적 기능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비중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에 이런 옥당의 역할을 대신하는 곳은 국책연구기관이 아닐까 싶다. 정치와 외교'경제'안보 등 각 분야의 정책을 입안하고 국가 전략을 개발'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서다. 요즘 각 정당과 대학, 지자체, 민간 기업도 이런 연구기관을 두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흔하다.
현재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만도 수십 개다.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국가 싱크탱크로서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늘 회의적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만 내놓아 '정권 나팔수'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싱크탱크와 권위'영향력 면에서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노무현정부 때 모 재벌그룹의 경제연구소를 빼면 국내에 제대로 된 연구기관이 없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정부 외교 정책을 언론에 비판해온 한 국책연구기관의 학자가 최근 대외 활동을 자중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보도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등 외교 당국의 현안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자 소속 기관이 근신 처분한 것이다. 외교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나왔다. 이런 재갈 물림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국방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직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연구기관의 인재들이 수행하는 각종 연구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과 같다. 연구로 정책을 뒷받침하기도 하지만 거리낌 없이 정책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마냥 꿀 먹은 벙어리를 강요한다면 굳이 세금을 들여 국책연구기관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쿨리지 효과' 용어로 유명한 존 쿨리지 전 미국 대통령은 말이 없기로 유명했다. 손님을 초대하고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거실에 이런 글을 걸어놓고 늘 음미했다. "지혜로운 늙은 부엉이가 나무에 앉아 있다. 그는 많이 보일수록 적게 말했다. 적게 말할수록 많이 듣게 되었다. 왜 저 늙은 새처럼 될 수 없을까?" 이 일화대로 지혜로운 늙은 부엉이가 되어야 할 쪽은 국책연구기관이 아니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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