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옥(대구MBC)'배효성'이채린(TBC 오전'오후)'.
대구 지상파 방송의 트로이카 기상 캐스터들이다.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3인 3색 미녀라 불릴 만하다. 대구KBS의 경우 전국 날씨 방송을 따오기 때문에 지역에는 따로 기상 캐스터를 두지 않고 있다. 엄밀히 보면 대구의 지상파 기상 캐스터는 이 셋이 전부인 셈이다.
요즘 준(準)연예인급으로 떠오른 산뜻한 인기 유망 직종 '기상 캐스터'. 그 직업의 세계를 이들 3인 3색의 기상 캐스터를 통해 살짝 엿본다. 하루 일과부터 수입, 근무 여건, 애로사항, 에피소드 등을 솔직담백하게 또는 소탈하게 털어놓은 상큼발랄한 그녀들을 파헤친다.
◆새벽형 인간, '민낯으로 출근'
대구MBC와 TBC 아침뉴스의 날씨 방송을 맡고 있는 정미옥'배효성 기상 캐스터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이다. 오전 4시 30분이면 절로 눈이 번쩍 뜨인다. 트레이닝복 등 편한 차림으로 방송국으로 향한다. 반겨주는 이들은 경비 아저씨나 야간 당직기자뿐이다. 5시에 도착하면 바로 기상통보문을 읽는다. 그리고 5시 40분까지 방송 원고 및 날씨 이모티콘과 CG(컴퓨터 그래픽) 등을 준비한다. 5시 40분에는 헤어 및 메이크업. 분장을 도와주는 아티스트가 따로 있다. 6시 30분∼40분 사이에 직전 녹화를 한다. TBC는 7시 10분 전후로 날씨 방송이 나가고, 대구MBC는 7시 20분 전후로 날씨 소식이 전해진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모니터링을 한다.
TBC 오후 날씨 방송을 전담하고 있는 이채린 기상 캐스터는 일과가 정반대다. 오전시간은 자유롭다. 건강한 몸매관리를 위해 수영을 하고, 개인적으로 필요한 일들(현재는 운전면허증 취득)을 챙긴다. 출근은 오후 2시 30분∼3시. 3시∼4시30분까지 기상 원고 작성, 4시 30분부터 6시까지 헤어 메이크업 및 분장, 6∼7시 원고 수정, 7시 기상 방송 녹화, 오후 8시 40분 전후, 50분 전후 두 차례 방송, 9시 이후 방송 모니터링 후 퇴근이다. 프리랜서 계약직인 이들은 반나절 정도의 방송 스케줄이 끝나고 나면, 자기계발 및 개인 일과, 취미활동을 하면서 나머지 반나절을 보낸다.
◆전문직 방송인, "미모만 보지 마세요!"
댓바람에 기상 캐스터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묻자, 셋은 기자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기상 원고를 쓰는 날씨 전문가라는 사실. "일부 시청자들은 미모의 여성 기상 캐스터들을 얼굴'몸매를 파는 상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희들은 매일 날씨를 붙들고 사는 전문직입니다. 그날그날의 날씨를 어떻게 하면, 일목요연하게 잘 전달할지를 고민하며 원고를 씁니다. 그리고 날씨 관련 이모티콘과 CG 등을 직접 그립니다. 좀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대구기상대와도 수시로 통화해 자료를 받고, 날씨를 체크한답니다."
셋 모두 기상 캐스터라는 전문직 방송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리고 기상 캐스터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도 다니고 그 나름 많은 준비를 거친 지성과 미모의 재원들이었다. 이채린 기상 캐스터는 다소 도발적인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 "왜 꼭 예쁜 원피스나 치마만 입어야 합니까. 전 개인적으로 바지를 잘 입는 편인데, 바지 차림으로도 단정하고 예쁘게 날씨를 전할 수 있을 텐데요."
각광받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대구뿐 아니라 대한민국 기상 캐스터 전체의 고용형태나 임금체계는 열악하다. 프리랜서(계약직 형태의 고용)로 임금은 회당 수당 형태로 지급된다. 월수입을 들여다보면 월 30회를 방송한다고 해도 중소기업 신입사원 정도(월 250만∼3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기계발과 개인 일과를 소화한 뒤 나머지 반나절을 활용해 아카데미 및 대학 강의, 광고모델, 행사 사회 등으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상큼발랄하게 하려다 보니, 실수 연발!
시청자들은 잠시 1, 2분 기상 방송을 보고, 똑똑한 미녀 기상 캐스터의 날씨 예보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는 백조의 물 위 모습일 뿐이다. 물 아래에서는 발을 휘젓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열악한 근무 조건에다 조금만 실수해도 크게 화를 당하는 경우도 잦다.
매일 예쁜 옷을 빌려 입기(의상 협찬) 때문에 좋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정미옥 기상 캐스터는 협찬 의상에 틴트(액체형 립스틱)가 살짝 묻어, 지우려다 번져서 그 옷을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했다. "전시용 옷 가격으로 할인을 해주긴 했지만, 사고 싶지도 않은 옷을 사야 했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는 방송 녹화 후엔 바로 벗어서 잘 보관합니다."
의상에 관한 비화(秘話)도 있었다. 가끔씩 협찬받은 옷이 너무 크거나, 몸매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는 옷 뒤의 천이나 옷감을 집게나 핀으로 집는다. 뒤에서 보면, 흉하지만 방송에서는 앞모습과 옆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아는 시청자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현장 생방송 날씨 예보 때도 얘기치 못한 일들이 터진다. 4년 차로 지역에선 최고 베테랑인 배효성 기상 캐스터는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 현장 기상 방송을 하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네요"라는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경력으로는 막내인 이채린 씨 역시 실수담이 수두룩하다. 이 기상 캐스터는 지난해 말 "TV 시청을 1시간 이상 하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멘트를 날린 후 한 선배에게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기상 캐스터들은 목소리 톤도 항상 고민이다. 상큼발랄하면서도 방정맞거나 날리지 않는 '솔' 음을 유지해야 하는데, 항상 이 톤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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