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우리가 가정 먼저 챙기는 게 주말 날씨다. 몸이 근질근질한데 바깥나들이라도 가려면 날씨 예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가 찾는 사람이 바로 기상 캐스터이다. 봄처럼 싱그러운 미모를 갖춘 기상 캐스터들. 이들이 요즘 TV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기상 캐스터 1인 남성 체제에서 2010년 이후 '섹시한 미녀군단'(?)으로 변신했다. 대략 흐름은 이렇다. '1명(김동완)→3∼5명(조석준'이찬휘'지윤태)→10여 명(이익선'정은임'박순심 등)→100명 안팎(김혜선'박은실'오수진 등)', 기상 캐스터 100명 시대를 맞다 보니 이젠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미녀들이 브라운관에서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총국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등 방송사마다 기상 캐스터가 적게는 1, 2명, 많게는 10명 안팎에 이른다. 미모 경쟁력을 바탕으로 활동영역도 다채롭다. 날씨 예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예능프로, 광고모델, 강의, 행사 MC 등 준연예인 대접을 받고 있다. 시대 변화와 함께 봄바람처럼 신선하게 다가오는 기상 캐스터의 세계를 살짝 엿보자.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대구에도 지상파에서 정미옥(대구MBC)·배효성(TBC)·이채린(TBC) 3명의 상큼한 미녀 기상 캐스터가 활약하고 있다. 화면 속에 비치는 이들의 모습과 화면 밖의 생활은 어떨까. 대구의 미녀 3인방 기상 캐스터들에게 물어봤다. 정미옥, 배효성 기상 캐스터는 지난달 30일 두류공원에서, 이채린 씨는 오후 방송 때문에 전화인터뷰로 대신했다.
-현역 기상 캐스터 중에 남자들은 아예 없나요?
▶YTN, JTBC, OBS 등 서너 곳에는 남자 기상 캐스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인기는 별로 없죠. 상쾌한 봄날씨를 전하는데 남자 기상캐스터가 나오면 분위기가 좀 그렇죠.(하~ 하~). 하지만 태풍 보도 땐 남자 기상 캐스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예보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더라고요.(대구MBC 정미옥)
-프롬프터(Prompter'프로그램 진행자가 원고를 읽으며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를 보면서 방송하는가요?
▶참 억울해요. 많은 시청자분이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저희들도 나름 똑똑한 사람이에요.(조금 쑥스러운 표정) 새벽에 출근, 기상대에서 날아온 기상통보문을 보면서 오늘의 날씨 포인트를 잡아 아주 쉽고 간명하게 기상원고를 쓰죠. 그리고 머릿속에 오늘의 일기예보를 정리해서 전한답니다. 저희들은 예쁘기만 한 인형이 아니에요. 제~~ 발!(TBC 배효성)
-스튜어디스처럼 뭇 남성들의 로망 직업이 됐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BMW(Bus-Metro-Walking)족이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요. 요즘은 버스 안에서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요. TV화면에 정말 예쁘게 나온다며,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인기는 인기일 뿐, 연애와는 별개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남자친구가 없답니다. 지역의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어요.(TBC 이채린)
-계약직 형태의 고용형태에 불만은 없는가요?
▶대한민국 기상 캐스터 중에 정규직은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대가 바뀌면서 방송의 소비성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기상 캐스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쟁률은 하늘을 찌르는데, 장기계약 형태의 고용을 하려는 방송사가 없는 것이겠죠. 이 직업을 이젠 프리랜서 개념으로 받아들이죠.(정미옥'이채린)
-수입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부수입도 있나요?
▶사실 창피한 얘기인데, 우리끼리는 '생계형 직장인'이라고 넋두리를 하곤 해요. 그만큼 수입이 적다는 얘기죠. 고정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날씨 방송 회당 수당 형태로 돈을 받다 보니,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도 얼마 안 되죠. 그래도 수입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탈출구가 있기는 하죠. 광고모델, 행사 MC, 강의 등으로 짭짤한 용돈을 벌어 씁니다.(정미옥'배효성'이채린)
-기상 캐스터라는 직업적 특성상 수명이 짧은데, 향후 대안은?
▶기상 캐스터라는 직업이 봄꽃 같아서, 몇 년 반짝 하고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 때문에 결혼 후에도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도 돼요. 그런데도 기상 캐스터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은 사석에서 "선배, 이제 저희한테 물려주시죠. 저희가 더 탱탱한데…"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요즘 추세처럼 저희들도 기상 캐스터 은퇴 후 아나운서, 리포터 등 방송인으로 활동할 것 같아요.(배효성)
-생방송 현장 날씨방송에서 창의적인 애드리브도 가능한가요?
▶사실 현장 날씨방송은 많지 않아요. 한 달에 1, 2차례 정도?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자주 나갔으면 좋겠어요. 카메라 장비도 예전보다는 간편해져서 LTE 카메라를 이용하면 됩니다. 날씨 원고를 기상 캐스터가 직접 쓰기 때문에 재치있는 애드리브는 물론 할 수 있죠. 하지만 조심스럽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애드리브가 후폭풍(?)을 몰고 온 경우를 경험한 적이 몇 번 있어서요.(으~ 으~)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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