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호 1년… '수포校' 는다…대구 125개교만 "수학여행"

세월호 이전의 절반 수준, 안전 규정 강화에도 곤혹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파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는 학교들이 많이 줄어든 대신 가족여행을 떠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들은 강화된 안전 규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의 초'중'고등학교 중 올해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총 437개 교 중 125개 교로 세월호 참사 이전인 2013년 261개 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학생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학교가 많았다. 고등학교 경우 2013년 87개 교에서 2015년 85개 교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초등학교는 2013년 74개 교에서 올해 9개 교로 뚝 떨어졌다.

이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계획할 때 미리 학부모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아예 학교 자체가 안전을 염려해 1일 체험학습 등으로 수학여행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구 한 초등학교 교감은 "수학여행 동의를 구하니까 반대하는 학부모 의견이 절반을 넘었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굳이 위험하게 왜 가려고 하느냐'며 따지는 학부모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신 가족단위 국내 여행객들은 예년보다 20~30% 정도 늘었다.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들이 가족여행으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구 한 여행사 대표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국내여행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 등으로의 여행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는데, 상당수가 수학여행 대신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 규정 탓에 교원들의 업무 가중과 여행 경비 증가 등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발표한 '2015년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 수 150명 이상이 단체로 수학여행을 떠나면 학생 50명당 한 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했다. 안전요원을 해당 학교가 직접 채용하거나 여행업체와의 계약 때 조건으로 명시해 배치하도록 한 것.

대구 달서구 한 중학교 관계자는 "안전요원 한 명을 고용하려면 10만~15만원이 든다. 전교생 500명 중 50명당 한 명씩 고용하면 총 비용이 1박 2일 기준으로 100만~150만원"이라며 "이러한 추가 비용 부담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잖다"고 말했다.

나아가 안전요원이 갖춰야 할 기준이 허술해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뉴얼에 따르면 국내여행안내사, 응급구조사, 간호사, 청소년지도사, 교원자격증 소지자 등의 요건을 갖추고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안전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총 교육시간이 14시간에 불과해 과연 위급상황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오미경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장은 "학부모 사이에 수학여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지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비슷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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