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 가까워진' 제2의 중동붐…북한 核협상은 '아직 먼 곳에'

◇이란 핵협상 타결과 국제적인 환영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협상이 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다.

주요 6개국(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는 2002년 8월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가 폭로되면서 촉발된 이란 핵위기 이후 12년 만, 중도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정권이 2013년 8월 출범하면서 주요 6개국과 새로운 핵협상에 돌입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국제사회와 이란은 이번 행동계획을 토대로 6월 30일까지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협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합의안과 관련한 핵심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검증하면 서방국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그동안 이란에 부과해온 제재는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IAEA가 25년간 포르도, 나탄즈 등의 모든 핵 시설을 정기적으로 사찰하면서 핵개발 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 타결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그는 "합의는 전례 없는 '검증'을 토대로 하고 있어 이란이 이를 위반하면 세상이 바로 알게 돼 있다"며 "아직은 (군사 해법보다) 외교적 해결책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지역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모든 나라가 각각 직면한 수많은 심각한 안보 위협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해온 영국, 독일, 러시아 등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반면 이번 협상에 강력히 반대해 온 이스라엘은 합의 내용을 평가절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의 핵폭탄 개발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협상 내용"이라며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총리 대변인이 전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 막대

12년을 끌어온 이란 핵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유가 하락세가 더욱 지속되고 이란을 중심으로 개발 붐도 가속화 될 전망이어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경제에는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와 재계는 일제히 이란 핵협상 타결에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한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유가전쟁 가속화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라 이란발 유가 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확인 매장량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2위의 원유 자원을 보유한 이란이 제재 해제로 국제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산유국의 시장 점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달 16일 자에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쏟아지게 되면 유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핵협상 시한인 지난달 31일을 앞두고 타결 전망이 높아지자 세계 주요 유종의 가격이 하락세로 반응한 것은 이 가격 전쟁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란이 원유 시장에 등장하면 배럴당 20∼30달러까지 유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2 중동 붐?-한국 건설'플랜트 기회

서방 기업들의 이란 진출을 막아온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란이야말로 중동 최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8천만 명에 달하는 중동 최대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잠재 소비력과 풍부한 지하자원,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회분위기가 맞물린 '중동의 독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통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이고 최근 수년간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경제제재 해제의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원유'지하자원에 집중될 전망이어서 기술력에서 한국이 우위인 원유 정제시설, 석유화학 분야 등 플랜트가 유망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제재 해제로 이란에 돈이 몰려들면 건설 경기도 붐을 이룰 것으로 현지에선 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제재가 해제되면 1천600억달러 규모의 건설'플랜트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북한 핵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세계의 이목은 장기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핵협상으로 쏠리고 있다.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사안 모두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 유지와 직결돼 있는데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두 협상의 공통분모로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란 핵협상이 북한 핵협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미 정가에선 북한 핵협상 전망과 관련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큰 상황이다.

우선 낙관론은 미국이 협상 시한을 수차례 연장해가면서까지 이란 핵협상을 타결한 만큼 북핵 문제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다시 한 번 열어놓지 않겠느냐는 논리에 기반한다.

이는 임기 말 '업적 쌓기'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에 이어 북한과도 역사적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 북한, 쿠바, 이란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쿠바와 이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유일하게 북한과만 아직 해결의 첫 단추를 끼지 못한 셈이다.

반면 비관론은 미 정부 내에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를 별개의 사안이자 차원이 다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데서 나온다. 실제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적이 있다.

더욱이 미 정치권이 앞으로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빨려들 경우 북한 등 외교적 현안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데다 북한 역시 임기가 끝나가는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권과의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북 핵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 요인이다.

한편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는 성격이나 여건, 지역 정세나 여러 면에서 대단히 다르다"면서 "북한과 이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실험을 3번이나 하고 핵보유국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면서 "그런 나라는 세상에 북한 딱 하나뿐"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 핵협상과 이란 핵협상의 성격과 목표도 다르다"면서 "북 핵협상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검증하고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란은 핵 활동을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협상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달리 이란은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제재로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고 그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핵 활동을 상당히 제한하는 협상을 이뤄낸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란보다 폐쇄경제로 경제제재의 효과도 이란과 다르다"고 밝혔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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