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7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모술 댐을 장악하자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모술 댐은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에서 50㎞가량 떨어진 티그리스 강 상류에 있는 이라크 최대의 댐이다. 니네바 주 일대 주민 100만 명 이상이 이 댐에 식수와 전력을 의존하고 있다. 1천㎿ 발전 용량에, 120억㎥의 물을 저장한다. 자칫 댐을 폭파하면 바그다드는 물바다가 될 판이었다. 사막 국가인 이라크에서 물에 대한 영향력 확보는 국가를 장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IS와의 전쟁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즉각 움직였다. 미국은 8일 이후 모술 댐 주변의 IS 병력과 장비에 35회나 집중 포격을 가했다. 그리고 10일 만에 댐을 되찾았다. 세력을 넓히던 IS지만 물을 지켜야 한다는 미국과 이라크의 절박함은 이기지 못했다.
이 공방은 극단적인 물 전쟁의 한 사례일 뿐이다. 세계 곳곳에선 물 전쟁이 한창이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지난 2011년 에티오피아가 나일 강에 건설 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을 두고 전쟁 직전까지 갔다. 에티오피아가 나일 강 상류에 길이 1.8㎞, 높이 145m, 발전 용량 6천㎿의 댐을 짓기 시작하면서 다툼은 시작됐다. 이집트는 '나일 강 없이는 이집트도 없다'며 댐 폭파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두 나라는 지난달, 생산 전기를 나눠 쓰기로 합의했다.
물 전쟁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3억5천만t 저장 용량의 황강댐을 건설한 후 남한 쪽 임진강 일대 주민들이 아우성이다. 북은 하류인 남쪽으로 아예 물을 내려 보내지 않고 있어서다. 북은 댐 완공 후 임진강물을 낙차가 더 큰 예성강 쪽으로 보내 발전을 하고 있다. 강수량이 적절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강수량이 평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임진강이 남북한에 걸쳐 흐르는 만큼 공동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지역은 지난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여는 바람에 애꿎은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가 북한이라고 해서 침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상대가 어찌 나오건 일단 문제 제기는 해놓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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