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입시에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고 학생부 위주 전형(학생부 교과, 종합전형)의 선발 인원을 확대했다. 대학입시의 무게 중심이 정시 전형에서 수시 전형으로 기운 가운데 수시 전형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방식이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해진 것이다.
교육부는 매년 초 학생부 기재 요령을 발표한다. 문제는 이 기재 요령이 매년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교 현장에서 이 지침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잖다. 학생들도 머리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대학의 평가 기준에 맞춰 학업 능력과 성적을 보는 '학업 적성', 지원 학과의 연계성을 보는 '전공 적합성', 공동체 의식과 성실성을 보는 '인성', 성장 잠재력을 보는 '자기주도성'과 '경험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2015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의 핵심 쟁점을 짚어 보고, 학생들이 현명하게 학생부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학교의 학생부 관리 요령
▷교내 경시대회=교육부는 애초 교과명이 들어간 교내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논란이 일자 종전과 같이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선행학습금지법의 취지에 따라 경시대회 문제를 학생이 배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만 출제하도록 했다. 2011년부터 사교육 유발 방지를 위해 기재를 금지했던 교외상에 이어 교내상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내상 수상 인원을 20% 이내로 제한하지 않고 경시대회 요강 및 사전 공지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해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타 학교 활동 참여=교육부는 다른 학교가 주최하는 활동에 참여한 경우에도 일정 부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시'도교육청이 주도한 클러스터 프로그램조차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는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거점 학교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특색 있는 수업을 이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지만 실제 참여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은 형편이다.
▷교육지원청 소속기관 활동 참여=올해부터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시1도교육청 소속 기관, 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활동 외에 교육지원청 소속 기관이 주관하는 활동도 학교장 승인을 받는 경우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이 보유한 인프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이 보유한 인프라 역시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서활동을 놓고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도서관은 17개지만 도 단위로 가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 관련 시설인 도서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지역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요구다. 실제 지자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은데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으니 참여 자체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생부 관리 방법은
▷수상 경력과 자격증 인증 및 취득 상황=수상 경력은 학업 능력과 전공 적합성뿐만 아니라 받은 상의 내용에 따라 자기주도성과 경험의 다양성, 인성까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학생들은 일단 교내에서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기본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진로와 관계있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대회에만 참가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진로와 전공에 대한 탐색과정을 교내대회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 참가 전후의 과정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주요사항을 잘 기록해 놓으면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대회에 참여해 상을 받지 못해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얼마나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발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기록하면 된다.
자격증 인증 및 취득상황에는 국가공인자격증을 기재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술과 관련된 자격증으로 일반고 학생보다는 특성화고 학생에게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고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는 자격증에는 테샛(TESAT),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어능력시험, 한국실용글쓰기검정 정도가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창의적체활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참여한 활동에 대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같은 활동에 참여했더라도 어떻게 참여했는지, 또 이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을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동아리활동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이 활동을 자신의 진로 탐색 과정 중 하나로 삼아도 괜찮고, 아니면 학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자신의 학문적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여겨도 좋다. 봉사활동은 지속적으로 참여해 자신만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많은 시간 활동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활동인지 고민한 뒤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로활동 기록의 경우 적극적인 활동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면 해당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탐구능력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 중심의 진로 탐색 과정보다는 학문적 입장에서 자신의 진로 탐색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대학에 입학한 뒤 전공하고 싶은 영역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학생부에 기록하라는 의미다.
▷독서활동 상황=독서활동 상황은 학생들이 지원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 가치관을 나타낼 수 있는 자료다. 또 교과 학습 발달 상황에 기록할 수 없는 학생의 학문적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매 학기 배우는 교과와 관련해 교과 연계형 독서를 한다면 학생의 교과 능력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과목 중에서 세부 주제를 정한 뒤 그 주제에 부합하는 독서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도움말=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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