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는 수백 년 수령의 서울시기념물1호 뽕나무인 '잠실(蠶室)뽕나무'가 있다. 안내 간판을 보면 도심 속 뽕나무의 사연과 '잠실'이란 지명에 대해 수긍하게 된다. 조선은 지방마다 뽕나무 밭을 만들어 누에치기를 권장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왕가에서 뽕나무 밭을 만들어 백성에게 보여주던 '잠소'(蠶所)도 있었다.
서울 다른 곳에서도 뽕나무를 볼 수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잠사회관 앞 화단이다. 이 빌딩엔 1920년 설립돼 곧 100년 역사를 맞는 한국 양잠(養蠶)의 대표기관 대한잠사회 사무실이 자리해 화단 조경수로 심었던 터였다. 하지만 조만간 오피스텔 사무실로 재건축될 예정이어서 뽕나무 화단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서울 경복궁 안에도 여러 그루가 있다. 조선 세종시절 경복궁에 3천590그루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창덕궁에 1천여 그루, 밤섬에 8천280그루의 뽕나무가 있었다는 기록에 미뤄 조선시대 때는 뽕나무가 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상주 뽕나무도 자랑거리다. 400년이 넘은 은척면 두곡리의 경북도기념물 제1호 뽕나무다. '쌀'누에고치'곶감'의 '삼백'(三白)으로 유명한 상주에 걸맞은 뽕나무다. 여기에 지난달 상주시 남원동 주민들이 하천 제방 400m에 150그루의 뽕나무를 심고 뽕나무 거리를 조성했다는 소식이다. 상주의 새 명물거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뽕나무 하면 대구도 빠질 수 없다. 바로 '두사충(杜師忠)의 뽕나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군을 따라왔다 고향에 가지 않고 두 아들을 데리고 대구에 정착한 중국 귀화인 두사충의 사연이 깃든 뽕나무다. 그는 귀화 후 현재 대구시 중구 계산동 일대에서 뽕나무 재배와 양잠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이웃 처녀와의 '러브 스토리'도 남겼다. 그리고 그로 인해 뒷날 계산동엔 '뽕나무 골목'이 생겼다. 지금 계산성당 옆 식당 담벼락 벽화는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던 뽕나무 중 남은 담장 안 8그루가 이를 증언하는 듯하다.
지난 2일 '한국관광 100선'에 대구 근대골목이 2012년에 이어 또 뽑혔다. 이제는 근대골목이 간직한 다양한 사연에 어울리는 분위기 조성에 고민할 때다. 두사충에 얽힌 대구 뽕나무 사연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다. 벽화 주변 골목에 잘 가꾼 뽕나무 가로수로 얌체 주차도 막고 운치를 더하면 어떨까 싶다. 올 식목일은 지났지만 미리 준비하면 내년엔 몇 그루 뽕나무라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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