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견숙의 에세이 산책] 내 아이만을 위한 '앵그리맘'은 안 된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새 낱말 중 '앵그리맘'(angry mo

m)이 있다.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여 적극적으로 그 해결에 참여하는 여성'이라는 뜻으로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등장했다. 그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순수한 마음으로 내는 목소리이기에 이러한 엄마들의 행보가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앵그리맘들 사이에서 간혹 비치는 '내' 아이만을 위한 앵그리맘의 모습을 볼 때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올해 3월 초에 일어난 중학생 편법 전학 사건으로 최근까지 전국 언론이 들끓었다.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학부모들이 7시간여 항의한 끝에 교육환경전환 전학 제도를 알게 되었고, 학생 7명이 무더기로 진단서를 제출하여 전학 조치를 받은 사건이다. '교육환경전환 전학'은 학생이 학교폭력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건강상 이유로 통학이 필요한 경우 전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집단전학 학생 대부분 초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녔고, 진단서를 발급받기 전에는 특별한 진료기록도 없었다는 보도까지 나온 만큼, 이 사건은 중학교 추첨 배정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경찰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중학교 전학 요건을 강화하여 거주지 이전 전학을 악용하지 않게 하면서, 교육환경전환 전학에 앞서 3개월 이상의 상담을 갖도록 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전학 사유 기재를 검토하는 등 악용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 거주 지역이 아니더라도 1지망 선발 인원을 60%까지 늘려 받는 등 '광역 학군제' 방식으로 중학교 배정 방식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가까운 학교를 두고 아이를 2.7㎞가량 떨어진 학교로 보내게 된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면서도, 아이를 위해서 정말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는 사실상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이 사건 이후로 각 중학교에 교육환경전환 전학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은 정말이지 그냥 웃으면서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요컨대 앵그리맘은 앞으로 교육 발전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학부모가 내 아이만을 위해서 화내는 앵그리맘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학부모 상담기간 동안 주변 선생님들이 학부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다음 학부모의 항변 속에서 괄호 안에 공통으로 숨어 있는 단어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함께 해결해 나가자.

-다른 반에서는 복도에서 뛰는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는데 선생님이 우리 반( )만을 나무라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를 위한 모두'라는 급훈을 두고 한 아이를 위해서 모두( )가 희생할 수는 없지 않느냐.

도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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