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대구의 한 중학교. 중학생 5명이 둘러앉은 탁자에 '사람책'으로 나선 한 기자가 자신의 삶 이야기를 털어놨다. 가부장적 집안에서 딸로 태어나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딸은 쓸모없어' 등 집에서 갖은 시련을 겪었고, 결국 소수자의 아픔을 대변하는 기자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야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를 듣던 한 학생이 자리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그 학생은 "나도 가정불화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앞으로 힘든 순간이 오면 좌절하지 않고 성장하는 기회로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책 대신 특정인의 살아온 삶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성익(31) 대표.
주로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5명 안팎의 청소년들에게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2011년 4월 사람도서관을 만들어 지금껏 115명의 사람책과 2천 명에 달하는 청소년을 만났다.
박 대표는 "청소년기는 성숙하지 않은 시기인 만큼, 그들 안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공익단체인 대구시민센터가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사회 혁신가에 박 대표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사회혁신사업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한 시민들을 혁신가로 선정, 지원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그램. 박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청소년 문제 해결을 시도한 점을 인정받았다.
사회 혁신가에게는 시민들이 모은 기부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활동비가 지급된다. 또 지역 학계나 시민단체 등과의 정기적인 토론회나 전문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혁신가의 개인적 역량을 높이는데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영철 대구시민센터 이사장은 "매년 한두 명의 사회 혁신가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 지역의 더 많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 혁신가가 발굴돼 시민이 지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반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