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속으로] 세금문제로 다투다 중고차 67대 고의 파손

중고차 상사 넘기며 악연 시작…前주인, 現주인 차량 긁고 부셔

지난 2월 18일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A(54) 씨는 중고차들을 세워둔 공터를 찾았다가 눈을 의심했다.

주차된 수십 대의 차량 문짝이 온통 긁히거나 일부는 사이드미러가 부서진 채 만신창이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차량을 파손한 것이 분명해 보여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A씨 소유의 또 다른 차량이 비슷한 형태로 망가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의 차량으로 접근하는 한 남자가 포착됐다. 그는 다름 아닌 A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B(51) 씨였다.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중고차 상사의 전(前) 주인으로 지난해 6월 B씨가 중고차 상사를 A씨에게 넘기면서 둘 사이의 악연이 시작됐다. 보유하고 있던 중고차를 판매한 B씨는 부가세를 줄이기 위해 판매대금 축소를 원했고 A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상사 이전 과정에서 세금 문제로 결국 민사 소송까지 벌이게 됐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B씨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중고차 상사를 찾아 수십 대의 차량을 망가뜨렸다.

B씨의 범행으로 망가진 차량은 총 67대. 20여 대는 A씨 소유 차량이지만 나머지 차량은 주차장 부지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3명의 중고차 매매업자 소유였다. 차량은 고가의 수입차량까지 포함돼 있어 경찰 추산으로 수리비만 1억원이 넘는다. 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6일 B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A씨는 경제적 손실에다 B씨와의 다툼에 지쳐 결국 중고차 상사의 문을 닫게 됐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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