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청 시대 안동 양반들 달라진다]<2>"안동 시민들! 부탁해요 긍정 마인드"

겉으로는 무뚝뚝 속은 인정이 철철

떡볶이 골목에서
떡볶이 골목에서
찜닭집 주인이 찍어준 사진.안동과 안동사람의 투박한 말투와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행동들이 외지인들에게 불친절한 인상과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는
찜닭집 주인이 찍어준 사진.안동과 안동사람의 투박한 말투와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행동들이 외지인들에게 불친절한 인상과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는 '살가움, 정겨움, 친절함, 웃음' 등 긍정적 키워드를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재진 기자
버스터미널에서
버스터미널에서
하회마을 탐방
하회마을 탐방

외지인들의 눈에 비친 안동은 그야말로 '무뚝뚝함'이었다. 안동 관광의 관문 역할을 맡고 있는 관광안내소에서부터 외지인들은 '무뚝뚝함'이라는 안동 특유의 정서에 당혹해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안동사람들은 바쁜 걸음만 재촉할 뿐 이방인들의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처럼 안동지역과 안동사람의 투박한 말투와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행동들이 외지인들에게 불친절한 인상과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뚝뚝한 정서가 '몰인정'(沒人情), '몰지각'(沒知覺)한 것은 아니다. 무뚝뚝한 이면에 오래 묵은 된장 같은 '정'이 묻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는 '살가움, 정겨움, 친절함, 웃음' 등 긍정적 키워드를 드러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는 중이다. 안동시민의식 체험단의 목소리를 통해 안동의 현재와 미래를 담아본다.

◆친절, 웃는 얼굴과 배려하는 마음

안동 관광의 관문인 안동역에 자리한 안동종합관광안내소. 이곳은 주말과 휴일이면 안동을 찾는 대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방인들이 안동을 마주하는 첫 얼굴인 셈이다. 하지만 이 곳도 안동 특유의 '무뚝뚝함' '불친절함'이 가시지 않았다.

체험단 이경미 씨는 "환한 미소와 친절한 목소리로 우리를 반겨줄 안내원을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무뚝뚝한 안내원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며 "관광안내 책자를 개인당 한 부씩 달라는 부탁에도 '수량이 적으니 한 개로 같이 보라'는 대답이었다. 안동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관광안내소에서 귀찮아하는 태도와 불친절한 어투는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방인들을 당황하게 한 것은 도심 곳곳에서 맞닥뜨릴 수 있었다. 외국인 다니엘 존 씨가 영어로 길을 물었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 '모른척'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말로 물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 1천만 관광객 시대를 앞두고 있는 데다가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고 있는 '글로벌 관광도시 안동'이 외국인을 대하는 의식은 '무성의한 대답'과 '배타성'으로 다가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 입구 하회장터 식당들은 대부분 깔끔하면서, 친절과 배려하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비운 자리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하고, 손님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욕설로 표현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진미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외식하는 편인데 간혹 주인과 종업원의 말이 거친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경북도청이 안동에 오면 외지인과 관광객이 더 많아질 텐데 음식업조합 등에서 친절 서비스 교육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청결, 위생적이고 깨끗함으로 탈바꿈

여행지에서 만나는 '맛집'은 그 지역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를 전해준다. 안동에도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들이 즐비하다. 안동역 광장 옆에 자리한 '이동삼 명인 안동간고등어 식당'은 주말이면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원들은 몰려드는 손님에도 친절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한다.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스탬프 도장을 받거나 휴대폰으로 인증 샷을 찍기도 하면서 즐거워한다.

이 밖에 안동의 맛 명소로는 '찜닭 골목'과 '떡볶이 골목' '맘모스 빵집' 등이 소문을 타고 있다.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들 맛집에서 안동의 맛과 친절, 이미지를 담아 간다.

체험단들은 이들 맛집에 대한 체험도 빼놓지 않았다. 떡볶이 골목은 길거리 음식이면서도 안동의 명소로 자리 잡은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좁은 도로 때문에 지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이 부딪히기 일쑤였고, 정돈되지 않은 식자재와 지나는 차량과 오토바이, 사람들이 일으키는 먼지 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조리대에 있는 떡볶이들은 먹음직스럽다기보다는 비위생적이란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고 말 섞는 것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안동시민들과는 다르게 타지 방문객이 주를 이루는 안동 찜닭 골목은 상냥한 얼굴과 친절한 목소리로 가득했다.

안동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었다. 체험단 가운데 외국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식당 주인은 매운 것을 먹을 수 있는지 먼저 기호를 물었고, 메뉴별 양과 맛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줬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이 훌륭했다는 반응이다.

김소미 씨는 "찜닭을 내주고 얼마 안 있어 식당주인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가게에 진열해 홍보에 사용할 사진이었지만 이방인들에게 특별한 이벤트로 충분했다"고 만족해했다.

◆질서, 배려'양보하는 전통의 모습 필요

'양반의 고장 안동'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유교의 본고장 안동'이라고 알고 있는 안동의 대중교통 체험에 나선 체험단들은 수식어들이 무색할 정도로 난폭운전과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부족한 단면을 고스란히 맛보아야 했다.

손님들로 가득 찬 버스에 몸을 싣고 이동하면서 느낀 대중교통 수준은 그야말로 낙제점이었다. 버스기사의 난폭운전으로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과속은 물론 신호위반은 기본이고 심지어 이동에 방해되는 차량운전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모습도 보였다.

게다가 젊은이들이 양보문화와 어른들에 대한 공경 문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곁에 어르신들이 서 있었지만 휴대전화로 자기 볼일에만 열중했다. 버스 기사는 거동이 불편한 손님들이 내리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문에 끼이는 사고가 날 뻔 했다. 안동의 대중교통인 시내버스에서 안동의 배타적 태도와 이중적 모습이라는 속살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안동의 또 한 곳 관문인 안동시외버스터미널의 주차 모습은 무질서한 안동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주차장 부족으로 도로 한 차선을 차량들이 점령했으며, 또 한쪽으로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로 길게 줄지어 서 있어 지나는 버스들과 일반 차량들과 뒤섞여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주차 문제는 도심 곳곳에서도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니엘 존 씨는 "영국에도 주차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안동은 이 문제가 너무 심해서 위험해 보인다. 도심뿐 아니라 버스터미널에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길거리에 무질서하게 세워진 차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관광객의 눈에는 안동이 '무질서한 도시'로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김주영 씨도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의 기사들은 그 지역의 얼굴이다. 관광객들에게 지역을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친절과 배려, 질서에 대한 교육이 시민의식 변화에 가장 먼저라는 생각이다"고 했다.

◆변화, 새로운 시대 걸맞은 가치관으로

하회마을 잡화점인 '탈방' 주인의 친절은 하회마을의 미래 모습으로 충분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넉넉함을 보여주었다. 탈방 주인 류상익(36) 씨는 "내 가게에 온 손님인데 웃으면서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회마을은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다. 나 스스로 하회마을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씨의 친절과 의식이 도청시대, 글로벌 관광 안동이 가져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안동의 모순과 이중성이 체험단들의 입을 통해 소개됐다. 전통과 예절, 유교와 문화라는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과 '폐쇄성'이 단점인 도시다. 이 때문에 경상북도 도청소재지 도시라는 자부심과 도청 신도시 주민으로서 좋은 정신과 가치는 간직한 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것도 좋고 중요한 일이지만, 안동도 변화하는 이 세계에 어느 정도 맞춰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전통문화를 잘 간직한' 안동이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시민들이 관광객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열린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다.

안동 문화의 거리는 젊은이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해 간다. 이는 안동이 더 이상 전통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도시가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신선한 문화를 원한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안동은 모순된 전통을 보여주려 애쓰는 듯했고 이는 너무도 쉽게 드러났다. 도청시대를 앞두고 안동은 새롭게 바뀌고,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도 지적됐다.

곳곳에서 보이는 불친절함과 무뚝뚝함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정' '인심'이 자리하고 있는 안동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도청시대 주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는 물론, 그에 걸맞은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말들이 구체화되면서 시민들 스스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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