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술력 보고 대출합니다? 실제론 담보·보증이 절반

시중은행 신용기술금융 28% 불과‥우량기업 거래 이름바꿔 실적쌓기

기업의 기술력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기술금융대출(TCB) 실적 가운데 '신용대출'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담보'보증대출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생 혁신기업이 아니라 우량 중견기업으로 TCB가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이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하기보다 기존 중소기업대출을 이름만 '기술금융'으로 바꿔 실적 쌓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의 기술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TCB 실적(8조9천247억원) 가운데 담보'보증 형태의 대출이 72%(담보대출 53%, 보증대출 19%)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은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현재 중소기업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2.9%(개인사업자대출 제외)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기술신용대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운데 TCB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담보대출 비중은 59%로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은 기존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TCB로 이름만 바꿔 실적을 쌓고 있다. TCB 시행 이후 TCB가 9조원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1.5%(4조7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존 중소기업대출이 TCB 실적으로 둔갑했다.

더불어 TCB는 신생기업과 매출이 적은 기업에 인색했다. TCB의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 가운데 1년 미만 창업기업은 4.7%(금액 기준)에 불과했다. 3년 미만으로 대상을 확대해도 13.6%에 그쳤다. 반면 10년 이상 기업의 비중은 58.6%에 달했다.

또한 매출액 1억 미만의 소기업은 8%에 불과했고 50억 미만 기업의 비중도 33.2%에 지나지 않았다. 100억~500억 미만 기업이 33.8%로 가장 많았고 1천억 이상 대기업도 8.3%에 달했다.

김기준 의원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기업의 담보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바꾼 것에 불과한 무늬만 기술금융이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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