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내린 비와 바람으로 벚꽃이 떨어지면서 벚꽃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이 낙담했다고 한다. 꽃이 떨어져 나들이객이 크게 줄었던 것이다. 봄맞이 행사를 기획했던 단체들도 비바람에 지는 봄을 허탈하게 바라보아야 했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 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 출문망청농망우(出門望晴農望雨)/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란다'.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이 중국 농민들이 불렀던 옛 농요를 가다듬어 쓴 시다. 하늘은 제 할 일을 할 뿐인데, 사람이 저마다 바라는 바가 달라 '하늘 노릇하기 참 어렵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을 나무라는 작품이다. 실제로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사람마다 기대는 달랐다. 봄비를 원망한 상인들이 있었는가 하면, 해갈 비를 반긴 농민들도 많았던 것이다.
사람도 할 말은 있다. 농부가 저 편한 대로 농사지을 리 없고, 나그네가 앞뒤 안 가리고 길을 떠날 리도 없다. 예년의 날씨를 봐 가며 농사짓고, 행장 꾸리고, 벚꽃장사, 여름장사도 계획한다. 그 나름 하늘에 맞췄는데 하늘이 예년과 살짝 다른 태도를 취하니 엉망이 되는 면도 없지 않다.
최근 3년 동안 3월 마지막 주 휴일부터 4월 첫째 주 휴일까지 8일 동안 비가 내린 횟수는 2012년 2일, 2013년 3일, 지난해에는 3일이었는데 올해는 5일로 가장 많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봄이 아니다'고 하지만 바람도 예년에 비해 강해 벚꽃이 쉬이 떨어졌다고 한다. 4월 날씨는 원래 종잡기 어려운데, 올해는 더 그랬으니 하늘을 보고 일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아쉽게 되었다. 벚꽃 특수뿐만 아니라 여름장사도 하늘의 변화에 따라 허탕치는 때가 종종 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하늘의 변화를 살피고 맞추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람이 할 일을 한 뒤에는 선처를 기다리며 빌고 또 비는 것이 또한 사람의 일이다. 비바람으로 벚꽃을 떨어뜨린 것이 하늘이지만, 그 벚꽃을 피운 것 또한 하늘이고, 서늘한 날씨로 여름다운 여름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 하늘이지만, 매년 여름을 데려오는 것 또한 하늘이니 말이다.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지만 자연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 밖이다. 과학을 발달시키려는 불타는 의지만큼이나 빌고 또 비는 낮은 자세 또한 가르치고 계승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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