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유 원내대표의 주변 사람들은 주요 현안별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첫 과제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처리였고, 두 번째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었다. 세 번째 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진행형이고 연말정산 대책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남았다. 그러니 이번 연설은 거의 두 달 가까이 연구하고 쓴 유승민표 비전이었다.
성장, 세금과 복지, 재벌, 보육, 연금, 저출산, 부채, 실업, 과학기술, 세월호 참사…. 분야별로 6명의 국회의원이 자료를 찾고, 전문가를 만나고, 연구해 1차 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답을 하지 마시고 집에 가서 고민하세요." 의원들의 요청에 유 원내대표는 토론을 경청했고 귀가하는 시간에도 냉정을 유지하고 중심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한 참석자는 "워낙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경도되지 않아야 했다"고 전했다. 기존 연설이 감정에 호소했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지성에 호소하려 했다는 것. 표현 하나하나에도 국회의 품격을 높이려 애썼고, 필요하다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하자는 주문이 나왔다.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간,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를 두고 유 원내대표의 방과 각 의원실에서 수많은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연설문에 담겨야 할 주제가 정해지고 주장이 완성되자 유 원내대표가 직접 초고를 썼다. 이번 연설문은 누군가 대필한 것이 아니다. 초고가 나와 돌려 읽기를 수차례 한 뒤 유 원내대표가 최종 집필했다.
5일 늦은 밤 유 원내대표는 기자가 '이번 연설의 주제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지금 쓰고 있다. 세월호 인양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며 여러 주제를 알려줬다. 수화기 너머로 A4 용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매수였다. 1만7천398자였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의 고백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제 말씀을 마칩니다."
유 원내대표는 담담한 자기 고백으로 연설을 마쳤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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