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바에 뒤통수 맞은 소상공인들의 눈물

직원이 계약서 없는 점 되레 악용…부당노동 행위로 걸어

대구 중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54) 씨는 지난달 대구고용노동청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유는 지난 2월 말 그만둔 한 직원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청에 신고한 것. 3년 전 처음 직원을 고용했을 때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기로 합의했던 이 씨는 억울하다며 항의했지만 근로계약서가 작성돼 있지 않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수백만원을 주면서 합의했다. 이 씨는 "직원이라기보다 매출을 반반 나누는 동업자와 같은 개념이었다. 미국에서 15년 살다 온 내가 한국의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알 턱이 없지 않느냐"며 "근무태만을 보였던 직원이었지만 월급도 남들보다 더 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얌체 직원'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교묘히 이용해 일은 덜 하면서 월급과 퇴직금 등 각종 수당을 받아내기 위해 고용청에 신고하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직원들로부터 뒤통수 맞는 이들은 대부분 영세한 소상공인들이다. 특히 미용실과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달서구에서 5년 전 식당을 연 한모 씨는 1년 넘게 일해온 직원이 갑자기 잠적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만둔 사정도 확인하지 못했고 마지막 달 임금을 받아가지 않아 주려고 연락을 취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중 고용청으로부터 임금체불로 진정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씨는 "내가 주려고 해도 연락이 없더니 이런 식으로 돈을 받아가니 황당하다"며 "졸지에 임금체불업자가 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가게 운영에 바빠 직원 월급과 퇴직금, 수당 등을 일일이 서면으로 챙기기 어렵다.

한 치킨업체 사장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최저임금만 지켜주면 다 되는 거라 생각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한 배달직원이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몰면서 사고를 내고, 결근도 잦아서 근무태만으로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는데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면서 부당해고로 고용청에 진정을 넣더라"고 말했다.

대구고용청 관계자는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악덕 체불업자가 많지만 법 무지로 인해 직원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사장들도 있다"며 "심지어 일부 직원은 고용청의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신문고에 진정서를 넣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사장님들 피해 안당하려면…

대구고용청은 근로자로부터 부당한 신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사업자는 직원을 채용하면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정확히 작성해야 한다.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근무태만을 보인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서면으로 한 달 전에 해고를 통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당해고가 된다. 대구고용청 측은 "임금체불 등으로 근로자로부터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돼 처벌을 받게 되면 신상조회는 물론 금융권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며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주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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